뉴욕한인회장 “한인사회, 중국계에 밀려 위기…신용조합 만들 것”

5 hours ago 1

이명석 신임 뉴욕한인회장 인터뷰
"신용조합 통해 한인 소상공인에게 도움 줄 것"
한인 결속력 커져야 지자체도 귀 기울여
K-컬쳐 확산으로 한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뉴욕한인회장 “중국계에 밀려나는 한인사회 위기…한인 위한 신용조합 만들 것”

“뉴욕 한인들이 중국계 커뮤니티에 정치·사회적으로 밀리면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인들을 위한 신용조합을 만들어 목소리를 키울 계획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뉴욕한인회관에서 만난 이명석 신임 뉴욕한인회장은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39대 회장에 최근 당선된 이 회장은 이날부터 2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신용조합을 통해 한인 소상공인에게 저리에 대출을 내주고, 조합원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등 다양한 구상을 이 자리에서 설명했다.

중국계, 정치적 목소리 커져

이 회장은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1982년 뉴욕으로 유학을 왔다. 이후 가족들이 함께 뉴욕으로 오면서 이민 사회에 발을 들였다. 미주한국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한인 사회 깊숙한 속사정에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퀸스 한인회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뉴욕한인회장에 선출됐다.
뉴욕한인회는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3개 주의 약 50만 명의 한인들을 모두 아우른다. 등록 회원 수는 약 5000명이다.

이 회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겪고 있지만 막상 뉴욕 이민 사회에서 중국계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여년 전만 해도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시 플러싱 건물의 80%가 한인 소유였다면 현재는 중국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인들은 더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는 데다, 중국계 정치인들이 배출되면서 중국 커뮤니티에 유리한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한인들은 소상공인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소통이 필수”라며 “중국계가 한인 커뮤니티 지역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지자체에 내는 목소리도 약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인들의 결속력과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신용조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조합 설립부터 한인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 출시까지 한인들의 목소리가 단계마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롤 모델로 캐나다 밴쿠버 한인들을 핵심 조합원으로 둔 샤론 신협을 꼽았다. 샤론 신협은 한인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1988년 교포 25명이 한 사람당 4000달러씩 출자해 설립했다. 지난해 기준 회원 수는 약 1만 5600여 명, 자산 규모는 5억 8177만 캐나다 달러다.

트럼프 이민 정책도 고충

이 회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도 한인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한인 사회의 상당수가 서류 미비자일 뿐 아니라 한인 소상공인들의 고객 가운데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대상이 적지 않아서다. 그는 “한인 점주들이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도 최근 이민 정책으로 더욱 힘들어졌다”며 “추방을 우려한 이들이 일터에 나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비상 기금을 마련하는 등 이들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팝과 K-푸드 등이 널리 퍼지면서 한인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확산하고 있는 점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매해 10월에 열리는 코리아퍼레이드도 계속해서 규모가 커져 뉴욕 5대 퍼레이드에 속할 정도다.
이 회장은 “결국 한인 사회의 존재감이 커지고 힘이 생겨야 미국 사회도 한인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