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던 60대 여성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지만, 마지막까지 4명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3월 18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故 김정애(68) 씨가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4명의 환자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3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3월 6일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고 전하며 "기증이 가능했던 건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주저 없이 도와주신 시민들과 현장에 신속히 도착한 구급대원, 치료에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김 씨는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힘든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가족에게 사랑을 자주 표현하는 자상한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음악을 좋아했던 김 씨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기를 즐겼고, 공연 관람도 자주 했다. 남편과는 30년 넘게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함께했으며, 주말이면 교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찜질방에 함께 가며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김 씨의 자녀 한국란 씨는 "어머니, 눈을 감고 어머니를 생각해 보면 언제나 밝게 웃으시는 모습만 생각난다. 이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지만, 하늘에서는 더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결심해 준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