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로 사는 이도 있습니다. 여행작가가 그런 분들이죠. 언뜻 여행 가서 놀고 먹고 즐기다가 글과 사진 내지는 영상으로 만들고 돈까지 번다고 하니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글과 사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찬 여행 정보나 동기부여를 줘야 하기에 고충은 적지 않습니다.
또 갈수록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지구는 시름시름 앓아갑니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단순히 여행만이 아닌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변화를 하자는 움직임을 주장하는 이가 있습니다.
여책저책은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와 ‘기후여행자’란 책과 저자를 통해 새롭게 여행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전합니다.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
우지경 | 산지니
13년째 세계를 무대로 가이드북을 쓰고 있는 여행작가 우지경은 실제로 가장 여행을 좋아한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은 글쓰기.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행과 글쓰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여행도 일로 하면 재미없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여행이 일이 됐다고 해서 괴롭지는 않다. 아무리 일이라도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이다. 문득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다는 뿌듯함도 든다. 취미가 여행이던 시절,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우 작가는 최근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어떻게 여행작가를 시작하게 됐고, 어떻게 여행하고, 어떻게 글을 쓰는 지 등에 대해 저자가 겪은 13년 동안의 경험을 글로 옮겼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 시절 첫 배낭여행을 계기로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졸업 후에는 기업 마케팅팀에서 매일같이 보도자료를 썼고, 신문 여행면에 대문짝만하게 난 여행 기사들에 사로잡히길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 문화센터의 여행작가 양성 과정을 발견한 뒤 본격적으로 여행작가가 되기로 나선다.
저자는 결심 후 2년 만에 공저로 첫 가이드북을 냈다. 이후 꾸준히 여행 잡지에 기고하며 가이드북 작업을 이어왔고, 어느덧 열권의 책을 써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였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취미로 하는 여행과 다르다. 목차를 짤 때부터 분주하게 도시별 비중을 나누고, 국내와 해외 자료를 뒤져 명소와 맛집, 쇼핑 장소를 정리한다. 계획한 곳을 빠짐없이 방문하려면 여유로운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바로 이런 실감나는 얘기들이 책 속에 그대로 실렸다.
혹자는 여행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미루기 쉬운 글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행 직후에 쓰는 글이 가장 생동감 넘친다는 믿음으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글쓰기에 돌입한다. 여행지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글로 쓰면 두 번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행 콘텐츠의 범람이 갈수록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요즘 여행 가이드북을 누가 보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저자는 가이드북을 동네 반찬가게에 비유한다. 취재부터 집필까지 하나하나 공들여 쓰는 책은 마치 재료를 손수 다듬어 반찬을 만드는 일과 같다. 낯선 도시를 책 한 권에 의지해 여행할 독자를 생각하면 작은 것도 소홀할 수 없다.
기후여행자
임영신 | 열매하나
지난 해 해외로 출국한 우리 국민은 2872만여 명이다. 어림잡아 국민 2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바야흐로 대여행의 시대이다. 유튜브에는 새로운 여행 정보가 실시간 업데이트되고 공항은 매일 여행자들로 넘쳐난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 사람 모두가 여행을 다니는 것만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통계를 살피면 실제 항공여행이 가능한 인구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5%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항공여행은 G20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도 극히 일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처럼 여행이 평등하지 않다는 현실은 여행으로 인한 부작용에서도 차별을 드러낸다. 문제는 탄소배출량이다.
대한민국은 2030년에는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할 정도로, 이른바 ‘기후악당’이 된 지 오래다. 당연히 여기엔 관광산업도 큰 비중(10% 가량)을 차지한다.
2007년부터 공정여행 운동을 시작한 저자 임영신은 덜 소유하고 더 공유하는 삶을 꿈꾼다. 그런 취지에서 낸 책이 ‘기후여행자’이다. 이 책은 “기후위기 시대, 여행을 지속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2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공정여행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려온 저자가 자신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폭염, 홍수와 같은 기후재난이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더 자주, 더 많이, 여행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은 커져만 가는 것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여행자들이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를 주로 생각했다면, 여행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적게, 깊이, 오래 머물 건지 상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행할 수 없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금껏 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향한 발걸음을 놓아간다. 그것이 바로 기후여행이다. 기후여행은 여행을 통해 현지인과 여행자가 생태적으로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지역과 장소를 함께 만들어 가는 기후위기 시대의 공정여행, 책임여행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물병 대신 텀블러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가게를 알려주는 ‘리필마이보틀’, 무료로 카약을 즐기면서 동시에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그린카약’,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가면 같은 무게의 쌀로 바꿔주는 프로젝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건카페이자 숙소인 ‘베터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삶에서 여행을 떼어놓을 수 없다면, 여행이 지역과 지구를 살릴 뿐 아니라 여행자의 삶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삶으로 모두의 지구를 가꾸어 나갈 기후시민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