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 갈등 땐 교섭단위 분리? 무너지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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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 갈등 땐 교섭단위 분리? 무너지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2010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교섭을 일원화함으로써 교섭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장치였다.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통해 소수노조의 교섭권은 일정 부분 제한되는 대신, 교섭의 효율성과 근로조건의 통일성을 확보한다는 점이 제도의 기본 취지였다.

그러나 2026년 3월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을 전후로 이 제도는 근본적인 흔들림에 직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해석 변경, 시행령을 통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의 확대, 노동위원회의 분리 결정 증가가 맞물리면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사실상 형해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고용노동부 입장 번복의 파장
혼란의 출발점은 고용노동부의 입장 변화였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관계에서도 교섭단위를 하나로 보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제도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해석이었다.

그러나 노동계는 원청 노조와 단일화할 경우 조합원 수에서 열위에 있는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사실상 배제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2026년 2월 27일 발표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은 하청 노동조합 전체를 원청과 분리된 별도의 교섭단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 특히 이러한 변경이 발표 직전 단기간 내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책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의 문제가 제기된다.

# 노조법 시행령 개정의 구조적 문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에 있다.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은 원·하청 관계에서의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①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②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③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일반 기준보다 우선하여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이 중 핵심적 쟁점은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을 분리 기준으로 명시한 부분이다. 갈등의 존재 또는 가능성 자체가 교섭단위 분리의 근거가 될 경우, 복수노조 체제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게 된다. 복수노조 하에서 교섭권을 확보하는 통상적인 방식은 더 나은 활동으로 조합원의 지지를 넓혀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 등이 분리 사유로 인정될 경우,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독자적 교섭권을 확보하는 왜곡된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행 노조법은 이미 공정대표의무(제29조의4)와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을 통해 소수노조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행령이 노조 간 갈등을 별도의 분리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이 법적 장치들이 소수 노조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 즉 교섭대표노조를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모법이 공정대표의무로 구축해놓은 균형을 하위 규범이 훼손하는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는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도 긴장관계에 있다.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간 구조적 종속성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여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예외적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시행령은 오히려 이러한 하청 노조에게 기존 원청 내 복수노조보다 더 넓은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노동위원회 실무의 변화
시행령 개정 이후 노동위원회는 해당 기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다수의 하청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고, 근로조건의 실질적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에도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사정을 이유로 분리를 인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공정대표의무와 부당노동행위 규제를 통해 해결 가능한 갈등까지 교섭단위 분리로 해소하려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예외적 제도가 아니라 일반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노노 갈등 심화와 근로조건 분열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노노 갈등의 구조화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될 뿐 아니라, 하청 노조 내부에서도 상급단체별 분리에 따라 경쟁과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근로조건의 통일성 붕괴다. 동일 사업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위가 상급단체별·직무별로 쪼개지면 임금·근로시간·복리후생의 격차가 확대되고 인사·노무 관리의 복잡성이 증가하며 추가 분쟁의 씨앗이 된다.

셋째, 원청 사업주의 쟁의상태 상시화다. 원청 내 복수 노조가 분리되면 이미 두 번의 교섭이 필요하고, 여기에 하청 노조들이 상급단체별로 분리되면 최소 서너 개의 교섭 테이블이 운영된다. 교섭 속도와 결렬 여부가 단위마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교섭이 타결되기도 전에 다른 단위에서 쟁의행위가 발생하는 구조가 된다. 원청 사업주 입장에서는 연중 내내 어딘가에서 쟁의 상태가 유지되는 현실을 직면하게 되고, 기업 운영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복원해야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 환경에서 노사관계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장치였다. 특히, 하청노조까지 교섭 주체로 인정되는 현행 구조에서는 오히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행령 개정과 노동위원회 실무가 이 제도를 형해화하는 방향으로 계속된다면, 그 부담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 중 ‘노조 간 갈등’ 요소는 분리 기준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한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미 모법이 공정대표의무와 부당노동행위 금지를 통해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근거로 한 분리는 규범 체계상 중복될 뿐 아니라 모법 취지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노동위원회 역시 교섭단위 분리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적용함으로써 제도의 예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설계와 운용 모두에서 교섭창구단일화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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