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MG손해보험을 둘러싼 구조조정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며 MG손보를 사실상 청산 수순에 놓인 가운데 노조는 대통령실 앞 집회와 단식 투쟁 등 강경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노조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중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 |
MG손해보험 노조가 29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일부영업정지 규탄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상매각 쟁취 및 생존권 사수’를 내건 수도권 임직원 연차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가교보험사 전환과 폐쇄형 청산 절차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전면 위협하는 처사”라며 전면 반발하고 있다.
이상현 MG손보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이날 발언에서 “금융당국은 노동자가 살면 고객은 죽는다는 말도 안 되는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정부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영진 지부장도 “가교보험사 추진단 직원이 옆자리 동료를 해고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정상 매각이야말로 계약자, 영업가족, 노동자 모두가 사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MG손해보험의 신규 보험계약 체결을 금지하고 폐쇄형 가교보험사 설립 절차에 착수했다. MG손보는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에 인수된 2012년 이후 줄곧 재무 불안을 겪었고 최근 메리츠화재와의 인수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독자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가교보험사는 부실 금융기관의 계약을 유지하면서 자산·부채를 분리 정리하기 위한 임시 보험사로,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 활용됐다. 예보는 “계약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며 청산 절차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등 5대 손보사와 공동경영협의회를 출범시키며 준비 수순에 돌입했다.
반면 노조는 이 방식이 사실상 고용승계를 포기하는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G손보에는 500여 명의 임직원과 700여 명의 전속 설계사가 남아 있는데 노조에 따르면 가교보험사 전환 시 38% 수준의 고용이전 만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권 교체 이후 노조의 정치적 입지가 커졌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입 조짐을 보이면서, 노조 입장에선 일방적 청산 대신 ‘정상 매각’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을지로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전 MG손보지부장)이 단식 농성 중인 정부서울청사 앞 현장을 전격 방문해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부실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와 정책 판단 미스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노조와 예보 모두 일정 조건 하의 ‘희망퇴직’을 전제로 한 노사 교섭 방식에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금융위 내부적으로도 고용이전 비율을 최대 50%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민 의원 측은 다만, 현재 단계에서 명시적인 중재를 단언하긴 어렵다고 했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은 당사자 간 교섭이 우선이다”며 “정부 개입은 ‘필요 시’에 한해 가능하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