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 가중에 재계 불만 폭주
노동위 해석·정부 지침 엇박자
원청-하청 '노노갈등'도 확산
지난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줄줄이 직접 교섭을 요구하자, 기업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재계는 교섭 부담이 원청 노조에서 하청 노조로 확대됐다는 점과 함께 노동위원회의 '고무줄 잣대'로 인해 노사관계 리스크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오션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최근 한화오션을 이 회사의 급식·시설관리를 맡은 업체인 웰리브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오션은 웰리브지회의 교섭 요구에 대해 직접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내식당 직원들의 '진짜 사장'이 원청 기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본업인 선박 제조 업무와 무관한 근로자까지도 원청과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번 중노위 결정이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과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지침을 통해 구내식당에서 조리·배식 업무를 하는 등의 업무를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로 보면서 이들에 대한 원청의 작업 요구는 구조적인 통제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화오션에 대한 중노위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다.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정부 지침과 중노위 판단이 달라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어디까지로 볼지 혼란스럽다"며 "결국 행정소송 등을 통해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현장의 혼선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위가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뒤 결정서가 기업에 송달되는 데 최대 30일이 걸리는 점은 '깜깜이 판정'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5일 울산 지방노동위원회가 내린 현대자동차에 대한 원청 교섭 공고 결정이 대표적 사례다.
지노위는 구내식당과 경비업무 등을 맡는 하청 노조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구체적 판정 내용과 취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결정서가 전달되기 전까지 해당 기업은 제대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없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노위가 노사 갈등을 줄이지 못하면서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 노동위 판정에 논란이 커지자 기업들은 상급 기관인 중노위에 무더기로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중노위 결정에도 반발하며 법적 분쟁까지 나서는 분위기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원청 기업이 하청 업체에 대한 사용자성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과 조직을 쪼개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 제조업체는 최근 자사 직원을 하청 업체 자문역으로 보내 원청에서 필요한 부품 생산 작업을 맡겼다. 맡은 업무는 종전과 같지만 원청 기업이 직접적으로 하청에 지시를 내리면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형식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자문역 직급을 만들어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원청과 하청 노조 간 '노노 갈등'이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한 원청 노조 조합원은 "원청이 하청 노조를 일일이 챙겨주면 원청 노조에 돌아갈 성과급 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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