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가 네이버 재직 중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지분을 받아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당시 네이버와 업스테이지의 초창기 사업 범위가 사실상 중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스테이지는 AI 교육 사업을 하던 곳이라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하 후보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지분 수령 과정에서 내부 통제 조직의 관여 기록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일회성 보수 받았어야"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는 2020년 창업 초기부터 2023년 AI 챗봇 '아숙업'을 출시하기 전까지 금융사 커머스 등 기업들의 AI 접목을 돕는 기업간거래(B2B) 기반 AI 솔루션을 주요 사업 모델로 내세웠다. AI 솔루션에는 광학문자판독(OCR), 의미 기반 검색·추천 등이 포함됐다. 창업자 김성훈 대표는 네이버의 AI 개발 조직 '클로바'의 총괄 출신이다. 공동 창업자인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박은정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각각 클로바 OCR·번역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 후보는 이중 김 대표와 '베스팅'(일정 기간에 따라 주식 등을 나눠주는 행위) 형태로 6년간(3년 거치) 지분을 받고 교육 자문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거 운동 과정 "(공직에 나서느라 지분을 팔아야 해서)100억을 손해 봤다"고 언급해 구설에 오른 그 지분이다.
당시는 네이버 역시 클로바 OCR·클로바 AI콜·클로바 스피치 등의 기술을 외부에 서비스하던 때였다. 하 후보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였던 클로바에 몸담았다가 선행 AI 기술 연구 조직이 분리될 때 책임자를 맡는 등 네이버의 AI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같은 양사의 사업 범위는 지난 28일 TV 토론회에서 하 후보가 "당시 업스테이지는 AI 교육 사업을 하던 업체라 (지분 수령의)이해충돌 여지가 없다"고 해명한 것과 상반된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업스테이지 측은 "기업 재직자에게 AI를 가르치는 사업도 했는데 커리큘럼 빌딩 등에서 전문가가 필요했다"며 "양사가 공동으로 AI 교육을 진행한 이력이 있었던 만큼 하 후보가 네이버 허락을 얻어 비상근 자문 역할을 맡았다"고 해명했다. 하 후보는 주식 수령에 대해선 "당시 조직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네이버에 확인해보라"고도 했다. 네이버 측은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법조계에선 내부 통제 조직을 거치지 않고 조직장 허가만 진행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초창기는 물론, 하 후보의 베스팅 기간이 차는 동안 두 회사의 업무 범위가 더욱 겹치게 되면서다. 한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는 "차라리 일회성 보수를 받았으면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종 업계의 지속적인 지분 수령은 네이버 업무에 소홀함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취업규칙·내부 통제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어 허가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처음엔 업스테이지가 작고 돈도 잘 못 버니까 경쟁사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소속 조직장 승인 정도로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규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부 통제 조직의 관여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하 후보가 조직에 잔류했다면 임직원의 충실 의무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성장이 키운 '몸값의 그늘'
작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업스테이지는 통상의 스타트업 성장 궤도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하 후보가 주창하던 소버린 AI(AI 주권)가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핵심으로 자리하면서 독자 LLM을 개발하고 있던 업스테이지는 단번에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이 지점에서 다시 불거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AI파운데이션모델' 지원 프로젝트(독파모)에 작년 8월 경쟁자인 네이버를 제치고 업스테이지가 선발되면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어닥친 것이다. 하 후보는 "AI 수석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스테이지는 같은 달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에서 AMD, 아마존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지난달 시리즈C 라운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당시 업스테이지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첨단전략사업기금 1000억원등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도 독파모 선정 성과가 근거로 쓰였다. 현재 업스테이지의 기업공개(IPO) 몸값은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와 하 후보의 친분도 재조명됐다. 김 대표가 하 후보를 홍콩과기대 겸임교수로 추천하고, 저녁 식사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 등이 과거 SNS에서 발견됐다.
투자업계에선 IPO 전후로 몸값 고평가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정책 수혜는 기대되지만, 실적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평가다. 업스테이지는 작년 매출액 248억원, 영업손실 304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흑자를 낸 적은 없다. VC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토종 반도체 AI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스토리와 비슷한 정부 주도의 비즈니스모델이 꾸려진 것"이라며 "'모두의 AI' 등 이재명 정부 AI 정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적화할지 미지수라 기업가치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시은/이에스더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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