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처럼 생활 플랫폼 결합해…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처 넓혀야

3 weeks ago 13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달러 스테이블코인, 버스 타고 식당서 결제도 가능
주요국 스테이블코인 법제화하며 적극적으로 육성
한발 늦은 韓, 네카오 전략 따라 플랫폼 경젱력 제고
"초기 공격적인 투자로 디지털 통화 주권까지 지켜야"

  • 등록 2025-06-12 오후 7:00:00

    수정 2025-06-12 오후 7:03:27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실질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던 암호화폐가 실물경제에서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서다. 이에 각국은 관련 법을 마련하며 스테이블코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발을 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버스·식당 결제 스테이블코인…규범화 서두른 세계 각국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우리 생활에 파고들었다”며 “크립토닷컴은 국내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 케이에스넷과 제휴해 외국인이 실물이나 가상 크립토닷컴 카드를 이용해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홍콩 핀테크 기업 리닷페이는 국제 카드사인 비자(VISA) 결제망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달러와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세계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은 지난해 하원이 가상자산 감독을 명확히 하는 FIT21(21세기 금융혁신기술법)을 통과시켰고 최근 미 상원에선 첫 연방 차원의 포괄적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고 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공시와 감사, 법집행 협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담은 것으로 ‘달러의 지배력을 재확인하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적극적이다. 일본은 2022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은행·신탁회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발행자만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3년 6월 시행돼 외국 기업의 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막는 한편 엔화 기반 코인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EU는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기본법인 미카(MiCA)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라이선스 취득 의무와 100% 초과준비금 보유 등 엄격한 요건을 부과했다. 미카는 유로화가 아닌 해외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과도한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도 담아 유로화 영역을 보호하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승부…K-콘텐츠 전용 혜택으로 차별화

국내에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토대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경쟁국에 비해 늦었지만 법안보다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따라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상품 관점만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결제 기록 등의 빅데이터가 모두 플랫폼 발행사에 축적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 플랫폼사의 국내 침투 방어에 성공한 국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을 사수한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제패할 때 네이버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검색 알고리즘과 지신iN, 카페 등 로컬 콘텐츠 플랫폼 전략으로 맞섰다. 카카오톡도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의 공세를 물리치고 이모티콘, 게임 등을 통해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켜냈다. 강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교한 플랫폼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카카오의 안방 사수전략을 벤치마킹해 생활 밀착형 플랫폼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본 인터페이스로 통합할 것으로 제안했다. 그는 “소비자는 별도의 추가 설치 없이 원화 코인을 보유하고 달러 코인의 국내 결제망 침투 통로가 좁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또한 보조금과 수수료 면제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로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초기 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면 보조금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류 콘텐츠, K-게임·푸드 등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혜택을 결합하면 국내 외 동남아 이용자에게도 독보적인 가치를 제공해 글로벌 플랫폼과 차별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과거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공룡과의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했듯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로컬 시장에 최적화한 전략적 설계와 초기 공격적 투자로 네트워크 효과를 조기에 실현한다면 달러 코인의 일방적 지배를 막고 디지털 통화 주권을 지키는 견고한 방패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 교수는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개발, 원활한 환급을 위한 지급준비금 100% 이상 규제, 이용자 신원확인 표준화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