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연극 ‘몬스터 콜스’
엄마의 죽음 앞둔 소년 이야기
7명 배우가 다성적 연기 펼쳐
아이들은 여리다. 마음의 근육이 여물지 않아서,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직면한 경험이 아직 없어서. 심성이 곧아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아이일수록 더 그렇다.
10대 소년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국립극장 연극 ‘몬스터 콜스’(연출 민새롬)가 관객을 맞았다.
아빠는 재혼해서 다른 나라에 살고, 엄마가 병으로 죽어가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한 소년 코너에게 매일 밤 ‘몬스터’가 나타나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나를 불렀다”며 찾아온 몬스터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어린 아이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우화다. 몬스터는 “세 번째 이야기까지 하고 나면 네 번째 이야기는 네(코너)가 할 것”이라 예언하고 코너는 의미심장한 몬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자신의 마음 속 상처와 진실을 마주한다.
‘몬스터 콜스’는 어리지만 복잡한 심경을 가진 인물 코너를 다성적(多聲的)으로 표현한다. 배우가 고정된 배역을 맡는 게 아니라 7명(김도완, 김원영, 민유경, 이성수, 지혜연, 홍준기, 황은후)이 번갈아서 또는 다 함께 아이의 생각과 심정을 발화한다. 한 배우가 대사를 치면 다른 배우들이 그의 주변에서 몸짓으로 코너의 심리를 표현하고 또 다른 배우는 서술자가 돼 코너의 심리를 서술하는 식이다. 배우들은 엄마와 할머니, 아빠, 친구 릴리, 코너를 괴롭히는 불량배 해리 등 주변 인물로도 분해 아이를 둘러싼 세계를 다층적으로 전달한다.
마침내 코너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하면 앞서 제시된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이야기까지 하나로 맞물리며 코너가 바랐던 소망의 전말이 드러난다. 코너가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고 성장하듯이 관객들은 아이의 선한 심성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몬스터 콜스’는 서로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진 장애인, 비장애인 배우들이 자신의 몸의 고유성을 펼치는 방향으로 연출됐다. 배우들은 공통된 인물의 감정과 주제를 각자가 가진 상이한 경험과 정서로 다채롭게 묘사했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배우 각각의 특성에 맞는 움직임과 발화 방식을 찾아가는 디바이징 디렉팅을 수행했다.
이번 공연은 장애를 가진 관객들도 제한 없이 연극을 관람할 수 있게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그림자 통역을 수행했다. 무대의 상황은 음성해설로, 대사는 무대 위 영상 속 한글 자막으로 제공했다. 공연 중 강한 소음과 빛에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공연 전 미리 최대 강도의 자극을 안내하는 등 극장 내 장벽을 낮추는 데 힘썼다.
‘몬스터 콜스’는 영국의 아동문학상인 카네기 메달상과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유일하게 모두 받은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12월 5~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