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혐의 날선 공방…檢 "국헌문란 폭동" vs 尹 "몇시간 사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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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검찰과 윤 대통령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시도한 국헌문란 폭동”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모자이크식으로 갖다 붙인 공소장”이라며 “봄부터 내란을 준비했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고 정면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기록이 방대하고 재판부가 채택할 증인이 많으면 1심 재판 과정이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 12명 투입해 대응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진술 절차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모두진술 단계에서 82분간 사실관계를 반박하며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통상적인 형사재판에서는 모두진술을 통해 혐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고 이어지는 기일에서 사실관계와 관련한 공방을 이어간다.

검찰 측에서는 진종규·이찬규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를 중심으로 검사 12명의 공판검사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검찰은 이날 한 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기도했다고 강조했다.

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은 군경 간부들에게 순차 지시해 정당제도, 헌법과 법률 기능을 소멸하게 할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군경을 동원해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준비 과정, 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의 절차상 문제점 그리고 계엄 선포 이후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및 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정황을 차례로 설명했다. 검찰은 형법 87조를 적용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조목조목 반박한 尹

윤 전 대통령은 검찰 공소장을 두고 “26년간 많은 사람을 기소한 저도 무슨 내용인지, 어떤 논리로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조서들은 모자이크식으로 붙인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직접 화면에 띄워 달라고 요청해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헌문란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켰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비폭력적으로 해제된 몇 시간의 사건을 공소장에 내란으로 구성한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계엄은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비상조치”라고 주장했다.

계엄의 사전 모의 또한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봄부터 내란을 모의했다는 주장은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계엄은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수사기관의 진술 신빙성이 무너졌음에도 공소장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반발했다.

국회에 투입한 군인들 또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2개 중대 250명 정도만 질서 유지 병력으로 투입하라고 했다”며 “일부 인원은 계엄이 해제돼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업체인 ‘여론조사 꽃’에 병력을 투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처음에도 지시한 바가 없고, 출동한다는 얘기를 김용현 장관에게 듣고 즉각 중지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1심 판결까지 최장 1년 이상 걸릴수도

이날 진행된 증인신문에서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인대에 선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이진우로부터 국회 본관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공판이 본격 시작되면서 1심 판결 시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된 피고인은 1심 판결까지의 구속 기한은 6개월로 제한되지만 불구속 상태인 윤 전 대통령에게는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17일 구속기소된 후 354일이 지난 2018년 4월 6일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정치적 파급력과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재판부가 신속한 진행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지만 재판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인 재판 절차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심 판결까지는 최장 1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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