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앞. 퇴거 시각인 오후 5시까지는 8시간이 남았지만 관저 인근은 이미 작은 긴장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 사이엔 선명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누군가는 "내란세력 청산", "정의가 승리했다"며 퇴거를 촉구했고, 바로 옆에선 "윤 대통령님 끝까지 응원합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는 지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긴장감은 소규모 언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퇴거를 촉구하는 시민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저격하는 문구가 적힌 검은 우산을 펼쳐 들자, 보수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격한 언쟁이 오갔다. 고성과 욕설이 섞인 대치가 짧게 벌어졌고, 곧이어 서로의 주장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며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올라온 30대 남성 A씨는 "오늘 관저를 떠난다고 해서 일부러 새벽 6시에 도착했다"며 "이제 조용히 사저로 가시길 바라고, 부정선거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저 앞은 상징적인 이 날을 직접 목격하겠다는 시위대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관저 주변엔 대통령경호처 소속 경호 인력 40여 명이 긴장된 눈빛으로 배치돼 있었다. 엄격한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저 인근 진입 도로에는 일반 시민과 취재진을 유심히 살피는 경호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오전 9시 30분쯤 관저 안으로는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3~4대가 조용히 진입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파면되더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유지된다. 윤 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따라 5년간 경호를 받게 되며, 최대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한남동 관저를 떠나 약 2년 5개월 만에 서초동 사저로 돌아간다. 2022년 11월 7일 서초동을 떠난 지 886일만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대한국민연대가 소규모 집회를 열었고, 11시에는 탄핵 촛불행동이 경찰 신고 기준 2만 명 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오후에는 '신의한수' 측이 1만 명 규모의 응원 집회를, 국민주권당이 3000 명 규모의 퇴거 촉구 시위를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이 퇴거 시간에 맞춰 관저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인사를 건넬지, 별도의 메시지를 낼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