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클래식 공연 대세는 말러...KBS교향악단·서울시향 또 붙는다

2 days ago 3

교향곡 1~9번, 대지의 노래 모두 공연 잡혀
“언젠가 내 시대 온다” 말러 말이 현실로
‘천인교향곡’ 8번은 악단 네 곳이나 도전
정명훈-KBS교, 츠베덴-서울시향 4번 격돌

말러 교향곡이 한국 악단의 대세가 됐다. 미완성 작품을 제외한 말러 교향곡 10곡 모두가 내년까지 한국에서 최소 한 차례 연주된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공교롭게도 같은 작품 2곡을 따로 연주해 실력대결을 하게 됐다. 말러 교향곡에서 규모가 가장 큰 ‘천인 교항곡’은 국내 악단 네 곳이 선보인다.

지난 2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KBS교향악단과 선보인 지휘자 정명훈. / 사진출처. KBS교향악단.

지난 2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KBS교향악단과 선보인 지휘자 정명훈. / 사진출처. KBS교향악단.

4번과 6번, 비교해 들을 기회 왔다

3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KBS교향악단은 내년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4~6번을 연주한다. 말러는 1860년 태어나 1911년 타계한 작곡가다. 체코(옛 오스트리아 제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을 넘나들며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는 생활을 했다. 생전엔 작곡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더 유명했다. 교향곡으론 1~9번과 미완성 곡인 10번, 교향곡으로 분류되는 대지의 노래 등 11편을 썼다.

KBS교향악단은 내년 3월 13일 정명훈 지휘로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것으로 내년 말러 공연을 시작한다. 5번은 4악장이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돼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지난달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로 전 악장을 연주하기도 했다. 정명훈은 내년 10월 2일 교향곡 4번도 연주한다. ‘뿔피리 3부작’으로 불리는 말러 교향곡 2~4번의 마지막 작품이다. 5월 28일엔 이스라엘 지휘자인 요엘 레비가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6번을 연주한다. ‘비극적’이란 부제가 붙은 6번은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와 타악기 15종이 쓰이는 난곡이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7번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한 지휘자 얍 판 츠베덴. / 사진출처. 서울시립교향악단.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7번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한 지휘자 얍 판 츠베덴. / 사진출처.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함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있는 서울시향은 내년 3월 19·20일 6번을, 11월 26·27일 4번을 연주한다. KBS교향악단과 레퍼토리가 겹쳤다. 이들 두 악단은 올해에도 한 달 간격을 두고 2번을 나란히 연주하며 음악계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향은 지난 2월 7번으로 공연한 뒤 이 곡을 담은 음원을 지난달 애플 산하 음원 플랫폼인 플래툰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국내 악단이 이 플랫폼에서 음원을 낸 첫 사례였다.

숏폼처럼 다채로운 취향 빠르게 만족

말러 교향곡 중 초연에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돼 '천인 교향곡'이란 별명이 붙은 8번엔 향후 1년 내에 무려 네 악단이 몰렸다. 우선 낙동아트센터 개관을 기념해 낙동아트센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NAFO)가 다음 달 10·11일 연주한다.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에 단 두 곡만을 남겨 놓은 지휘자 진솔도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와 내년 4월 30일 8번 연주에 도전한다. 6월 18일엔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같은 곡을 연주한다.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 사진출처. 콘세르트헤바우. ⓒ Eduardus Lee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 사진출처. 콘세르트헤바우. ⓒ Eduardus Lee

지휘자 최수열을 지난 9월 예술감독으로 임명한 인천시립교향악단은 내년 9월 5일 8번을 선보인다. 이 악단은 역순으로 연주하는 방식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오는 17일 9번을 연주한 뒤 내년 4월 25일 대지의 노래와 12월 19일 7번을 선보인다. 이 달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다른 일정도 많다. 오는 5일 지휘자 김광현이 클래식부산오케스트라와 함께 1번을, 이어 12일 원주시립교향악단이 2번을, 부산시향이 3번을 각각 연주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엔 NAFO가 다음 달 공연할 8번을 프리뷰 콘서트로 미리 공개한다.

악단들이 앞다퉈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면서 공연업계에선 말러의 예언이 현실이 됐단 이야기가 나온다. 작곡만으로 생계가 어려웠 지휘를 업으로 삼아야 했던 말러는 당대 인기 작곡가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자신을 대비하며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말러 교향곡은 개인적이고 섬세한 내용부터 커다란 우주까지, 소재를 폭넓게 다뤄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며 “맹렬함, 간절함, 에로틱, 일상생활 등 다채로운 풍경을 담고 있어 숏폼처럼 사람들에게 부분부분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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