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상장 기업들의 이익 레벨은 그대로인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내려온 상황입니다. 내년에 시장에서 이익 레벨을 인정한다면 코스피 적정가치 상단인 3000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보입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메리츠증권 이진우 리서치센터장 |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증시는 극단적으로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상장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120조원 수준이었고 코스피는 2600선까지도 갔다. 올해는 우리 기업들의 체력이 연간 180조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나 코스피는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123조 8332억원으로 코스피는 연초 2220선에서 연말 2660선까지 올랐다. 올해 3분기 누적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155조 6465억원으로 전년 동기(94조 6453억원) 대비 64% 넘게 증가해 역대 최대치 수준이다.
이 센터장은 “내년에도 적어도 180조원 이상의 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 레벨의 신뢰를 주는 시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구조적인 디스카운트를 더 반영해 줄 것이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시장의 이익 체계를 인정한다면 내년 코스피 적정 가치 상단을 3000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국내 증시 흐름은 ‘상고하저’로 예측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 시장 키워드는 복원”이라며 “기업들 이익은 그대로인데 밸류에이션이 내려온 상황이라 멀티플(기업가치 배수)이 복원되는 형태로 회복의 속도나 강도는 상반기에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미국 정책의 어떤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도 결을 비슷하게 따라갈 공산도 크다”며 “내년 상반기에 시장이 회복한다면 오히려 탄력이 더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산업의 지형이나 증시 내부를 보게 되면 이미 추세 전환이 진행 중”이라며 “없던 게 새롭게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게 강화되는 흐름이며, 모든 산업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는 국면”이라고 짚었다.
예컨대 반도체 내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나, 레거시(구형) 반도체 분야는 정체될 가능성이 커 품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같이 수출 대장주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왔는데 내년에는 체질적 변화로 기존 주도주에서 탈피하는 모습이 본격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산업재 섹터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공급망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산업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산업재 섹터 또는 조선, 기계, 전력기기 업종들이 메인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전보다 배당 또는 주주 환원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높게 쳐주고 있다”며 “주주 환원을 확실하게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 등 고착화됐던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실제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보면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싼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자연스럽게 고착화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