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면 실거주, 남이 사면 투기?"…또 '내로남불' 논란 [정치 인사이드]

15 hours ago 1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여야 거친 공방 속
정부 기조와 상반된 與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
'40억 아파트' 김병기에 '강남 영끌' 참모까지
'부동산 패착' 文 정부 트라우마 상기시키는 野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 모습. /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 모습. /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을 담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여권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및 취득 행태가 정부 기조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내로남불'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정권을 내준 뒤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던 범야권은 대중에 '문재인 정권'을 상기시키는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여야 공방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강도 높은 3차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은 LTV를 종전 70%에서 40%로 강화하고, DTI도 40%로 축소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도 강화해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국민의힘은 시장 원리에 반하는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청년·서민 죽이기 대책이자 '주택 완박(완전 박탈)'"(장동혁 대표), "서민에게 '서울 추방 명령'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송언석 원내대표),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여기고 집 가진 걸 적폐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발상"(박성훈 수석대변인) 등이다.

'내로남불' 논란은 여당이 야당 공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대책 비판에 "수억, 수십억씩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느냐"며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감싸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일각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주거 사다리 걷어찼다고 비난하지만,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 '40억 재건축 아파트' 김병기에 '강남 영끌' 李 참모까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국민의힘은 김 원내대표가 호가 40억원에 달하는 잠실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집을 처분하지 않고 본인 지역구인 동작구에 세 들어 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이 집을 사면 실거주고, 국민이 집을 사면 투기냐"(김재섭 의원), "화가 나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본인들은 강남에 집 샀으니 청년들 주거 사다리는 걷어차겠다는 것 아니냐"(조정훈 의원)고 맹폭했다.

후폭풍이 거세자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아파트를 구입했던 1998년에는 "재건축의 '재' 자도 나오기 전"이라며, 2003년 같은 단지 다른 동으로 이사 간 뒤 13년간 실거주했다는 점을 내세워 "실거주했으니 갭투자와도 거리는 멀다"고 반박했다. 자금 출처를 의심하는 목소리에는 "무슨 돈으로 사긴, 11동 판 돈과 안 사람이 알뜰살뜰 모아 놓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 보유 및 취득 행태가 그동안 보인 정부·여당의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재섭 의원은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송파구에 35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말하는 투기"라고 지적했고, 조정훈 의원도 "급하게 반박해도 본질은 못 가린다. 내 강남 아파트는 쥐고, 청년의 내 집 사다리는 걷어찬다는 이중성"이라고 쏘아붙였다.

내로남불 논란은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도 피해 가지 못했다. 권혁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올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20억원 중반대 서초구 아파트를 12억7000만원 대출받아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아 강남 아파트 구매 자금으로 쓴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권력자들만 집 사고 일반 국민들은 서울에 집 사지 말라는 거냐"고 비난했다.

◇ 문재인 정부 트라우마 상기시키는 野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무주택 서민을 한숨 쉬게 하는 권력자들의 내로남불 논란은 비단 이재명 정부에서만 불거진 것은 아니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최고 5%로 제한하는 등의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렸다가 경질됐다. 2018년 강남에 거주하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부동산 급등과 관련해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발언했다가 공분을 샀다.

부동산 정책 사령관이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들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며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인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남편의 작업실로 쓴다던 연천 집만 매각했다. 매수인은 김 장관의 친동생이었다. 또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8년 10억원을 대출받아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약 26억원 상가를 샀다가, '흑석 김선생'이라는 별명을 얻고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부동산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범야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가열된 반발 여론을 주도권 탈환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즌2"(장동혁 대표", "문재인 정부 2.0"(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문재인 정권 때 망한 부동산 정책보다 더 심각"(한동훈 전 대표) 등 부동산 정책으로 패착을 둔 문재인 정부를 지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권이 정치적 반사이익만 노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로남불은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야권 역시 합리적인 시장 해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며 "자칫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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