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학교의 전체 학생 240명 가운데 66%인 158명이 외국인 혹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인 이주배경학생이다. 이주배경학생이 한국인 학생 수의 2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이 학교 홈페이지는 러시아어, 몽골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8개 언어로 제공된다.
지금은 신기해 보이는 이 모습이 가까운 미래에는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이주배경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교생 10명 중 9명이 이주배경학생…교실마다 동시통역기도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 초중고 학생 수는 19만3814명으로,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비율도 2014년 1.1%에서 2024년 3.8%까지 올랐다. 올해는 20만 명을 넘고 4%대에 이를 전망이다. 통상 전체 인구 중 5%가 이주자일 때 그 사회를 다문화사회로 본다. 학교는 다문화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에서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 전남(6.4%), 충남(5.8%), 경북(5.2%), 전북(5.0%) 등 이미 상당수 지역에서 20명 중 1명이 이주배경학생이다. 실제 요즘 지방 공장 지역이나 농가 취재를 가보면 ‘여기가 한국인가, 외국인가’ 할 정도로 많은 외국인과 이주배경 아이들을 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인 초중고교도 2023년 기준 이미 전국에 350곳에 달했다고 한다. 이주민들이 많은 경기 안산에 안산원곡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89%가 이주배경학생이다. 외국인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9배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 학교의 모든 교실에는 동시통역 기능을 지원하는 마이크와 전자칠판이 설치됐다.이런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면서, 이주 정책의 방향도 ‘단기 체류’에서 ‘장기 정착’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허가제를 통한 단순 노동력 유입을 넘어서 고숙련 외국인과 그 가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2020년 203만 명 수준이던 체류 외국인 수는 2023년 265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민청 신설과 함께 이 수치를 더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착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 이곳에서 가족을 이루는 이들도 늘 테고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반면 한국의 유소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소폭 반등한다고 해도 오랜 저출산의 여파로 부모 세대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서 유소년 인구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만나 2명을 낳지 않는 저출산 상황은 이미 1980년대 초 시작됐다. 1.3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이 시작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전국 초중고교 1만2000여 곳 가운데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한국어(KSL) 학급이 있는 곳은 지난해 기준 526개뿐이다. 50곳 중 한 곳꼴이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 적응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배경청소년재단 프로그램 ‘레인보우스쿨’은 전국 21곳이었는데 오히려 예산 삭감으로 올해 그 수가 13곳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은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가족을 따라 1년 미국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영어라곤 한국 학교에서 배운 게 전부이고 외국 생활도 해본 적이 없어서 미국 학교에 다닐 일이 막막했는데 학교에 있는 ESL(English is Second Language) 반 덕에 빠르게 적응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ESL 반은 나처럼 영어가 서툰 외국 학생들이 모여 영어를 배우고 학교 수업에 대한 도움을 얻고 생소한 문화를 배우는 곳이었다. 이민자들로 이뤄진,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는 나라 미국에서는 대부분 학교가 이런 ESL 반을 대부분 운영하고 있다.
이주배경학생 지원은 단지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적응 여부는 외국인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고숙련 인력이 이주할 곳을 정할 때 자녀의 교육환경은 핵심 고려 사항이다. 정착할 수 있는 나라인가, 자녀가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는가—이 질문에 한국이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 중 상당수는 이주민 2세대의 ‘사회적 실패’를 경험했다. 2등 시민으로 전락한 이들이 빈곤과 차별의 고리에 갇히면서 사회통합이 좌초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정부는 올해 초 중고교까지 교육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제는 단편적인 시책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주배경학생은 더 이상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5%는 곧 8%, 10%가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은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는 학교도, 사회도, 정책도 그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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