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외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의 반도체 섹터로 집중되고 있다. 최고가를 경신 중인 종목에 공격적으로 올라타는 한편, 지수 하락 가능성에는 인버스로 대비하는 매매 패턴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집계에 따르면, 29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6개(인텔, SOXS, SOXX, 라운드힐 메모리 ETF, 마벨, ARM)가 미국 반도체 관련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도 상위 10개 종목 순매수 결제액의 65%이상이 반도체 밸류체인에 집중됐다.
해당기간 순매수 1위는 인텔이 차지했다. 서학개미들은 29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인텔을 1억 6587만 달러(약 24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024년 11월 다우존스30 지수에서 25년 만에 퇴출되며 ‘CPU 시대의 종언’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인텔은 최근 1분기 깜짝실적 발표 전후 하루새 주가가 20% 넘게 폭등하는 등 연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순매수 2위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 시 3배의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ETF(SOXS)’였다. 인텔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베팅하면서도 단기 고점 조정에 대비하는 헤지 매수가 동시에 진행되는 흐름이 관찰됐다.
양방향 베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쪽에 쏠림이 심한데, 상승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배수만큼 손실 위험도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학개미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순매수 4위로 뛰어오른 라운드힐 메모리 ETF다. 이달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던 신생 ETF에 한 달도 안 돼 국내 투자자 자금만 8906만달러(약 1300억원)가 몰렸다.
이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마이크론까지 포함하면 메모리 3사 비중이 75%를 넘는다.
글로벌 자금 유입 속도도 가파르다.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상장 당시 운용자산(AUM)이 25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상장 10거래일 만에 10억달러를 돌파했고 4월 28일 기준 22억4000만달러로 팽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떤 ETF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며 소규모 자산운용사에서는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서학개미들이 환전 수수료와 22%의 양도소득세 페널티를 감수하면서 미국 상장 ETF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도 이와 종목 구성이 70% 이상 유사하고 운용 보수는 훨씬 저렴한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 등 대체 상품이 상장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액 자산가들의 ‘세금 차익거래’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의 매매 차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 직접 상장된 ETF는 수익 규모와 관계없이 22%의 양도소득세 단일 세율로 과세가 종결된다. 이 ETF의 인기는 이처럼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큰손들의 셈법에 더해, 단기간에 3조원이 넘는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는 미국 증시 본장의 강력한 수급 모멘텀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WSJ은 “메모리 주식이 AI붐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였지만 HBM 3대 생산업체 중 두 곳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요 반도체 펀드에 편입되지는 않았다” 며 “투자자들이 그 동안 이 종목을 깔끔하게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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