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들어선 한국
직업으로 장례지도사 각광
자격증 취득자 4년새 85%↑
취업난 시달리던 2030세대
육성교육 수강생 절반 차지
"평생할수있는 전문직 매력"
사는 동안 건강하고 충실하게 사는 '웰빙'에 이어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례지도사가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직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과거에는 험하고 불결한 직업으로 여겨 나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했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도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 준비에 나선 사례가 늘었다는 게 상조 업계 설명이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 정년 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전문 자격증으로 부상한 것도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장례지도사는 장례와 관련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장례 전 과정을 유족에게 안내하고 염습, 입관, 운구 이송뿐만 아니라 장례 컨설팅까지 진행하는 장례 행사 전문가다.
최근 방문한 충남 천안시 보람장례지도사교육원. 2015년 국내 최초 장례지도사교육원으로 문을 연 이후 현재 26기 수강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누적 수강생은 262명에 달한다.
특히 장례지도사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늘면서 교육 수강생의 평균 연령대가 크게 내려갔다. 현재 수강생 18명 중 45%인 8명이 2030세대다.
지난 9일 교육원에서는 장례지도사 교육 수강생 10여 명이 염습과 장법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의는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으로 진행됐다. 수강생들은 저고리와 두루마기 같은 수의 부속품 명칭과 매질(수의 매듭을 짓는 행위) 연습, 염 방법에 대한 이론 강의를 먼저 들은 뒤 실습장으로 이동해 3~4명씩 조를 구성하고 일사불란하게 실습을 진행했다.
고인 역할을 맡은 수강생이 누우면 나머지 조원들이 솜에 알코올을 적셔 몸을 닦고 수의를 입힌 후 매듭짓는 연습을 했다.
강의를 수강하는 예비 장례지도사 심나경 씨(32)는 "성인이 되면서 장례식에 참석할 일이 많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장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가 되려면 국가에 신고된 교육원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데, 총 300시간의 교육 과정(이론 150시간·실기 100시간·실습 5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과목은 △장례학 개론 △염습과 장법 실습 △장례 상담 △장사시설 관리 △장사법규를 비롯해 총 9개다. 시험에 응시해 각 과목 점수의 평균이 60점 이상 돼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교육원에서 장례학 개론 강의를 맡고 있는 김태현 교수는 "과거에는 장례지도사를 장의사 등으로 부르며 천시하고 보통 사람들은 꺼리는 직업이었다"며 "최근에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올라가고 장례 절차도 프리미엄 서비스로 변화하면서 장례문화 자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뀌는 사회 분위기에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자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격증 취득자 수는 2020년 1602명, 2022년 1939명에서 지난해 2967명으로 4년 만에 85.2%나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에서도 장례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이 크게 늘었다.
상조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는 장례지도사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데다 일반 직장인과 달리 은퇴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2030세대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박인준 씨(28)는 최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례식장에 취업했다. 박씨는 "나이가 들어도 정년 없이 길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장례지도사는 자격증을 취득한 엄연한 전문직이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할 때 매우 유리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숭고하게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앞으로 관심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안 이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