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에 서서 화면을 바라보자 감정과 심박수, 그리고 스트레스까지 수치화된 결과가 화면에 떴다. 병원 예약도, 의사도 필요 없었다. 4월 23일 ‘2026 월드IT쇼(이하 WIS 2026)’ 전시장에서 마주친 AI 헬스케어 기술들은 ‘병원 밖에서도 진단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공통으로 던졌다.

WIS 2026은 피지컬AI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17개국 460여 개사가 참여했다. AI가 단순 정보처리를 넘어 로봇, 자율제조 등 물리적 영역과 결합해 산업과 일상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헬스케어 분야 역시 이 흐름 위에 놓였다.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 기술부터 임상 단계를 밟고 있는 대학 연구 성과까지, AI 헬스케어 기술의 성숙도는 다양했다. 공통점은 하나였다. 키오스크, 스마트폰, 소형 검진기기라는 형태로 병원 밖 일상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감정은 수치로, 진단도 5초 이내에
헬스케어 기업 엠마헬스케어는 WIS 2026에서 AI 기반 정신 건강 관리 플랫폼 ‘루시케어(LucyCare)’를 선보였다. 루시케어는 비대면 환경에서 사용자의 정서 상태를 분석한다. 비접촉 생체 신호 측정 기술인 원격 광용적맥파(rPPG)를 통해 카메라만으로 심박수, 심박변이도(HRV), 스트레스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루시케어를 체험해봤다. 키오스크 화면 속 해당 없는 감정을 눌러 터뜨리거나 단어에 맞는 이모지를 선택하는 등 흥미롭게 구성돼 있었다. 감정온도를 확인하기까지 5분 정도 걸렸다. 감정 온도는 86.8도로 나왔다. 스트레스는 매우 낮음이었고, 감사하거나 편안한 기분이 주를 이루며 마음이 따뜻하고 여유롭다는 감정 요약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체 신호 중 심박수는 65bpm으로 정상, HRV도 100ms로 양호했다.엠마헬스케어 담당자는 “감정 온도는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지를 보는데 0도부터 100도까지 나온다. 86.8도면 굉장히 높은 편”이라면서 “루시케어는 뒷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어야 더 정확하게 측정된다. 카메라로 측정하다 보니까 실제 스마트워치보다 더 민감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루시케어는 현재 청년센터, 대학교, 복지관 등에 설치돼 있다. 담당자는 “정신 건강 상태는 민감한 사항이라 오픈형 키오스크 제품도 있지만 부스 형태로도 제작돼 있다. 애플리케이션 역시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글로벌 펨테크 기업 엔티엘헬스케어 부스에서는 자궁경부암 검진 시스템 ‘써비케어 AI(CerviCARE AI)’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5초 만에 진단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CES 2026’에서 AI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엔티엘헬스케어는 30년간 국내 업계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3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의 부족 문제가 심각한 저소득 국가는 물론,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검진 효율성 개선이 필요한 선진국 시장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엔티엘헬스케어 담당자는 “현재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 연구센터 기술, 키오스크로 구현

ITRC 인재양성대전 2026의 첨단바이오·헬스케어 존에서는 대학 연구센터의 기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남대의 초광역 연합 의료 AI 연구센터 부스에서는 직접 심전도 측정 장치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연구센터는 심뇌혈관 질환 진단을 위한 AI 기반 질병 예측·영상 분석·보안 기술 등도 소개했다.

성균관대 ICT명품인재양성사업단 부스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눈 사진 한 장으로 ▲AMD(노화 관련 황반변성) ▲DR(당뇨병성 망막병증) ▲GS(녹내장 의심증) 등 3가지 안과 질환을 판독하는 AI 기술을 선보인 덕분이다. 추현승 ICT명품인재양성사업단장은 “안과 3대 질환 진단 연구에서 우리 기술의 정확도가 올해 초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SOTA)이다. SCI급 연구논문 370편, 특허출원 300건이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7년간의 기술 개발 끝에 202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됐다. 같은 해 8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해 현재 고도화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려대(세종) 스마트시티 지능형 헬스케어 연구센터 부스에서는 픽셀로의 ‘내눈 바이탈플러스’ 키오스크로 AI 눈 건강 자가진단을 직접 경험했다. 몇 가지 정보를 입력 후 전용 눈가리개를 사용하면 키오스크가 좌우 눈이 가려진 것을 자동으로 인식했다. 거리도 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해 어렵지 않았다. 그 결과 황반변성은 이상 소견이 없었고, 시력은 양쪽 1.0으로 나왔다. 의사도 없이 수분 안에 눈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는 경험은 예방 중심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내눈 바이탈플러스 키오스크는 시력 측정부터 황반변성, 안구조절력 등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데 아이 트래킹 기반 동공 추적 기술과 자동 거리 측정 및 거리에 따른 시표 전환 등으로 측정 정밀도를 높였다. 특히 ISO 13485와 분당서울대 의료기기 적합성 평가를 받았으며, 고려대학교 임상도 완료했다.

강원대 강원지능화혁신센터의 경우 AI-CU 스마트 미러, 스마트 의료용 고준위 자동 내시경 재처리기 등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AI-CU 스마트 미러는 영상 기반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생체신호와 신체 상태를 비접촉 방식으로 분석하는 통합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키오스크의 카메라를 바라보면 생체 측정이 시작되고 심박수, 호흡률,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 등의 결과를 1분도 채 되지 않아 보여줬다.
헬스케어 공통 분모, 자동화·접근성·확장

이번 WIS 2026에서 만난 헬스케어 기술의 공통 분모는 3가지였다. 전문의 없이도 동작하는 온디바이스·자동화와 병원 밖 일상 공간에서 쓸 수 있는 접근성, 그리고 신체를 넘어 정신건강까지 아우르는 범위의 확장이다. AI 헬스케어가 해외 시장을 누비는 상용 서비스부터 임상을 앞둔 연구 성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일상 속에 스며드는 속도가 올해 뚜렷하게 감지됐다.
한편 WIS 2026은 4월 24일까지 열린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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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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