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는 2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디가 2024~2025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난다. 바디는 우리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EPL 통산 338경기에 출전해 143골을 넣은 바디는 레스터시티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2012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이던 레스터시티는 이적료 100만 파운드(약 19억 원)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5부 리그 플리트우드 타운에서 뛰던 바디를 영입했다. 레스터시티는 2013~2014시즌에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뛰어난 바디의 활약(챔피언십 16골)을 앞세워 EPL 승격에 성공했다.
레스터시티는 승격 후 두 번째 시즌인 2015~2016시즌에 EPL 왕좌에 올랐다. 1884년 팀 창단 이후 무려 132년 만에 맛본 EPL 첫 우승이었다. 해당 시즌 개막 전 도박업체들이 책정한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0.02%에 불과했다.
우승 보다는 강등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레스터시티는 24골을 터뜨리며 EPL 개인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바디를 앞세워 동화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확정되자 팬 수백 명이 우승 주역인 바디의 집으로 몰려와 응원가를 부르며 환호했다.
레스터시티가 19억 원에 영입한 바디는 팀을 EPL 정상으로 이끈 이후 몸값이 치솟았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2016, 2018, 2019년에 바디의 이적 시장가치(예상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325억 원)를 기록했다. 바디는 여러 유럽 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레스터시티를 떠나지 않았다.
바디의 축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16세 때 잉글랜드 8부 리그 팀인 스톡스브리지 파크 스틸스에 입단한 바디는 주급 30파운드(약 5만7000원)를 받았다. 낮에는 벽돌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축구 훈련을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폭행 사건에 휘말려 6개월간 전자발찌를 차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바디는 외부 활동 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제한돼 전반전만 뛰고 귀가하는 생활을 6개월간 하면서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바디는 2010년 핼리팩스 타운(당시 7부 리그)로 이적하면서 마침내 전업 축구 선수가 됐다. 이때부터 기량이 조금씩 성장한 바디는 플리트우드 타운(5부)을 거쳐 레스터시티 유니폼을 입으면서 EPL 정상급 골게터로 거듭났다. 바디는 레스터시티에 입단한 이후인 2015~2016시즌 EPL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고, 2019~2020시즌 득점왕(23골)에 올랐다.
레스터시티는 2022~2023시즌 EPL을 18위로 마치면서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됐지만, 바디는 팀에 남았다. 그는 다음 시즌 2부 리그에서 20골을 터뜨리며 다시 팀을 1부 리그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레스터시티가 이번 시즌 다시 2부 리그로의 강등(25일 현재 19위)이 확정되면서 바디는 끝내 이별을 택했다. 바디의 차기 행선지로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는 구단을 통해 “레스터시티는 나의 전부였다. 2012년 이 팀에 왔을 때 이런 꿈같은 여정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레스터시티를 떠나지만, 레스터시티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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