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몸살 동덕여대, 외부서 수시 논술… 개교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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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점거 등 시험 치를 여건 안돼… 74년 만에 학교밖에서 대입 시험
래커칠 책임 공방… 손배소 검토
“이 대학 출신 채용 걸러내고 싶다”…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발언 논란도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및 학내 시위 여파로 1950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신입생 대입 시험을 캠퍼스 밖에서 치렀다.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학내 기물 파손과 ‘래커칠’ 등 피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 본부는 총학생회와 추가 면담을 한 뒤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캠퍼스 밖에서 수시 논술고사 진행

23일 서울 서초구 동덕여자중고에서 열린 2025학년도 동덕여대 수시 논술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논란으로 재학생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동덕여대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가 아닌 세화여중고, 동덕여중고에서 논술 시험을 치렀다. 뉴시스

23일 서울 서초구 동덕여자중고에서 열린 2025학년도 동덕여대 수시 논술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 논란으로 재학생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동덕여대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가 아닌 세화여중고, 동덕여중고에서 논술 시험을 치렀다. 뉴시스
23일 동덕여대는 성북구 캠퍼스가 아니라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세화여고, 동덕여중, 동덕여고에서 2025학년도 대입 수시 논술고사를 치렀다. 재학생 점거 시위가 논술고사일 직전까지 이어진 탓에 학내에서는 시험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동덕여대가 입시 관련 시험을 학교 밖에서 치른 건 개교 74년간 처음이다. 이날 논술고사는 무사히 진행되었으나 일부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동덕여대 입학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현재 학내 사정으로 전화 및 온라인 상담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사일 수험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달 11일 시작됐던 재학생 시위는 21일 대학 본부와 학생 대표단의 면담 이후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22일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25일 대학 본부와의 (추가) 면담 전까지 수업 방해 및 본관 외 건물 점거를 풀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본관 점거는 남녀 공학 전환에 대한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해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들은 여전히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래커칠과 시설물 훼손 등 피해에 대한 책임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동덕여대는 학내에 설치된 300여 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관련 행위자를 확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25일 학생들과의 면담 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게 될 시 CCTV 분석 등을 통해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동덕여대 대학 본부는 이번 시위 관련 피해액을 최대 54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 산인공 이사장 “채용서 걸러내고 싶다” 논란

동덕여대 시위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은 동덕여대 출신 학생을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삭제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 ㄷ 여대’를 언급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썼다. 이어 자신이 ‘매너의 역사’라는 책을 선물로 받았다면서 “(채용 관련 부서에) 인성, 직장 매너에 관한 객관적 측정을 강화하고 채용 프로세스에 포함하도록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폭력 등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다 보니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해당 글은 어떤 폭력도 갈등 해결엔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서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학내에서도 정상화를 촉구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20일 동덕여대 교수진은 호소문을 내고 “우리 교수들은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에서 학생 여러분과 함께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날 동덕여대 학장단은 “학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와 일련의 폭력 행위에 대하여 깊이 우려한다”고 호소했다. 19일에는 동덕여대 전 직원 일동이 “과격한 시위로는 문제 해결 실현이 불가하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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