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민 아이소이 대표 인터뷰
창업 17년, 매출 1천억 눈앞
“유해 성분 없어야 천연화장품”
1㎏당 4천만원 로즈 오일 담은
베스트 셀러 ‘잡티로즈세럼’
원가 계속 올라도 타협 안 해
항산화 성분 더해 리뉴얼까지
무려 17년 동안 국내 천연 화장품 분야를 이끌어 온 브랜드 ‘아이소이’가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K뷰티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토록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성분에 목숨을 걸었다”는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의 뚝심이 주효했다.
13일 매일경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이소이 본사에서 이진민 대표를 만나 아이소이의 꾸준한 성장 비결을 물었다. 그는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카피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한국 여성들에게 천연 화장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 아이소이를 론칭했다.
이 대표는 “한때 모세혈관확장증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는데, 계절이 바뀌면 피부가 허물처럼 벗겨져 고통스러웠다. 천연 성분이 좋다길래 써봤더니 피부가 살아나더라. 그때부터 여성들에게 천연 화장품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17년간 아이소이는 천연 식물성 성분만을 고집해왔다. 대표 제품 ‘잡티로즈세럼’의 주 원료인 ‘불가리안 로즈 오또’는 불가리아 카잔락 계곡에서 사람이 손으로 딴 장미 꽃잎을 압착해 얻는 오일이다.
3000송이에서 단 1g만 추출되기에 ‘액체 다이아몬드’로도 불린다. 1kg당 가격이 4000만 원을 호가하는데, 작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환율까지 나빠져 나날이 값이 치솟고 있다. 이익만 생각하면 결코 쓰기 쉽지 않은 원료다.
고급 원료에서 얻은 좋은 성분 덕에 잡티로즈세럼은 뛰어난 효능으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올리브영 에센스·세럼 부문에서 12년간 누적 판매 1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에는 단 5개 브랜드만 선정된 ‘올리브영 명예의 전당’에 아이소이를 자리하게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올해 잡티로즈세럼에 ‘브라이트닝’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 제품 리뉴얼을 단행했다. 기존 성분에 불가리안 로즈에서 추출한 ‘로즈 PDRN’ 성분을 추가해 고강도 항산화 기능을 더했다. 또 이름처럼 미백에 좋은 성분을 다량 추가했다.
이 대표는 “고객이 변화하는 만큼 브랜드도 그에 맞춰 계속 바뀌어야 한다”며 “하지만 브랜드 핵심 요소는 절대 바뀌면 안 된다. 아이소이의 핵심인 ‘순하고 좋은 천연 성분’은 유지하되, 피부 개선 효과는 더 강력하게 하고 싶어 변화를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야심 차게 내놓은 수분 크림 ‘모이스처 닥터 크림’도 일반 세라마이드보다 10배 이상 비싼 원료인 티트리 세라마이드를 사용했다. 이 크림은 일명 ‘장·수·진(장벽·수분·진정) 크림’으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화장품은 사람 피부에 바르는 것이니, 사람에게 좋아야 한다”며 “아이소이는 효능에 확신을 주는 화장품을 만든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원료가 좋아야 효능이 생기니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 했다. 실제로 아이소이의 제품당 평균 원가율은 약 37%나 된다.
올해 아이소이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쯤 가까운 일본부터 팝업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타진한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브랜딩하고 싶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작년 아이소이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대인데, 올해 2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갑자기 큰 인기를 끌며 엄청난 실적을 내던 브랜드들이 2~3년, 또는 4~5년만에 존재감 없이 몰락하는 걸 많이 봐왔다”며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속성장 하려면 개별 브랜드가 강해져야 한다. 결국 브랜딩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든 해외든 아이소이의 전략은 같다. 반짝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 오래도록 그 나라에 스며들어 아이소이만의 철학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 나라의 소비자에게 맞춰 그 나라의 정서에 맞게 소통하는 것이 제대로 된 브랜딩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