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납부 대상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화폐가치 하락과 30년 가까이 동결된 상속공제액 영향으로 2024년 기준 전국 피상속인의 6%, 서울의 경우 15%가 상속세를 납부하게 됐다. 상속세가 더 이상 '부자만 내는 세금'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상속세 납부 대상 확대에 비해 상속세 신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여러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속세 없어도 신고해야 하나?
상속재산이 30억은 되어야 상속세를 낸다던데, 내야 할 상속세가 없으면 신고를 안해도 되는 것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상속세 신고의무는 '상속세 납부의무'가 있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있다. 원칙적으로 내야 할 상속세가 없다면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나 벌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납부할 상속세가 없어도 상속세 신고를 할 수 있으며, 상속세 신고를 할 경우 여러 유리한 점들이 있다.
1. 무신고 가산세와 과소신고 가산세의 세율 차이
'과연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없는지'는 납세자가 아니라 과세당국에서 판단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속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상속재산이 발견되거나 상속재산 가치에 대한 평가 오류로 인해 상속재산 규모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늘어나는 규모에 따라서 상속재산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가 과세대상인 것으로 판명된 사례를 생각해보자. 상속재산 규모나 가치를 잘못 파악했더라도 일단 신고를 했다면, 추후 부과되는 상속세 본세에 대해서는 10%의 과소신고 가산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보다 높은 20%의 무신고 가산세가 부과된다. 납부불성실가산세는 별도다.
2. 상속재산 평가액의 유리한 산정 및 양도차익 영향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납세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의 경우 다양한 평가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세관청의 일방적인 평가에 따라야 할 수 있다.
상속세 신고시 납세자가 공인 감정평가기관의 적절한 평가를 받는다면, 그 평가액은 추후 상속재산을 양도할 때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는 전제가 되기도 한다. 상속재산 평가액은 추후 양도차익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상속세 부과제척기간 단축
부과제척기간이란 국세 또는 지방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 즉 부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상속세의 일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지만,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15년으로 늘어난다.
4. 상속인 간 분쟁 예방
상속인들은 상속세뿐만 아니라 가산세에 대해서도 연대납부의무가 있다. 따라서 상속인 중 1인이 자기 몫의 상속세나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이미 자기 몫의 상속세를 납부한 다른 상속인의 재산에 체납처분이 될 수도 있다.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아 가산세가 부과될 경우 상속인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속세 신고를 통해 상속인간 상속 비율을 명확히 하고 향후 있을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5. 부동산 취득세 신고 및 등기 기한 관리
상속세는 국가에 납부하는 국세이지만, 취득세는 지자체에 납부하는 지방세다. 상속세 신고와 취득세 신고는 별도로 해야 한다.
간혹 납부할 상속세가 없다고 해서 상속으로 인한 명의 변경 등기를 하지 않으면서 취득세 신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속으로 인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상속세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취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기한까지 신고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할 경우 가산세가 부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고 기한과 절차
상속세 신고와 취득세 신고 모두,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내에 해야 하고,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에는 9개월 내에 해야 한다.
상속세는 홈택스를 통해 전자신고하거나, 납세지 관할 세무서(통상 피상속인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가 된다)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취득세는 위택스를 통해 전자신고 하거나, 부동산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서 신고할 수 있다.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신고세액 공제(상속세 과세표준을 신고한 경우에는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3%를 공제), 외국납부세액 공제, 10년 이내 단기 재상속 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 연부연납 및 물납 제도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에서도 유언·상속·증여 관련 종합 법률·세무서비스인 '헤리티지 원'을 통해 상속 전반에 관한 세무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고인선 법무법인 원 변호사 I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지방세 및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관련 조세 소송 및 자문 경력을 쌓았으며, 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기타 기관에 조세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