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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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국투어 서울서 공연 마무리
10일 왼팔 가리키며 “너는 잘했냐
왼쪽이 오른쪽 보고 생난리” 발언 해명
드론에 마이크 보내고 관객에 큰절

“이젠 제 몸과 같은 마이크를 내려놓겠습니다. 전 (앞으로) 노래를 못 하니 여러분이 불러주세요.”

강렬하고 장렬했다.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끝내 눈물을 비치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거침없는 언사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풍운의 가수’ 나훈아(78·사진)가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마지막 고별 무대를 가졌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은퇴 전국투어 ‘라스트 콘서트―고마웠습니다’가 이날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0∼12일 5차례 열린 마지막 서울 콘서트는 약 7만 명이 몰려 그가 떠나는 길을 지켜봤다.

이날 공연은 1972년 발매해 지금도 사랑받는 ‘고향역’으로 포문을 열었다. 백발을 휘날리며 특유의 간드러진 음색을 뿜어내자 공연장이 갈채로 들썩였다. 관객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었지만, 10대 아이돌 팬덤처럼 형형색색 응원봉을 흔들었다.

나훈아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영영’을 부를 땐 “영영 못 잊을∼” 소절이 30초 동안 이어졌다.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호응을 유도할 땐 20대 록스타 같았다. 무대에서 가림막 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노래보다 더 힘들다”며 능청을 떨 땐 여유가 넘쳐났다.

이날 공연은 서울 콘서트 첫날 내놓은 정치 언급 탓에 더 주목받았다. 나훈아는 10일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면서 “너는 잘했냐”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나훈아도 이를 의식한 듯 공연 후반부 이를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오른쪽이 잘했단 얘기를 한 게 아니다”라며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다 문제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양비론은 대한민국 정의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나훈아 선생은 대중문화의 대통령이니 신중한 발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공연에서 나훈아는 은퇴 소회도 풀어놨다. 그는 “(나이 들면) 후배 몇몇 불러 노래시키고 쉬면서 공연할 수도 있지만, 죽어도 그건 못 한다”며 “(은퇴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고 했다. 잠시 뒤 59년 가수 인생을 돌아보듯 속삭였다. “가진 건 없어도 비굴하진 않았다.”

그 말처럼 나훈아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서 살았다. ‘무시로’ ‘잡초’ 등 직접 작사 작곡한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남진과 1970년대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원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1976년 당대 최고의 여배우 김지미와의 결혼, 2008년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바지를 벗어야 믿겠냐”던 기자회견 등은 지금도 회자된다.

나훈아는 2시간 반 동안 23곡을 불렀지만 숨가쁜 기색 하나 없었다. 순간순간 북받친 듯했지만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곡 ‘사내’가 끝나자 황금색 마이크를 드론(무인기)에 매달아 허공에 날려 보냈다. 10초 동안 무릎 꿇고 관객에게 고개를 숙인 뒤 “으아악!” 단말마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뒤로 돌아 묵묵히 무대를 내려갔다.

나훈아는 끝까지 나훈아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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