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위스키 시장이 새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수입 위스키를 마시던 소비자가 한국에서 만든 위스키를 찾기 시작하자, 소규모 증류소들이 생산설비를 키우고 있다. 한정판으로 소량 판매하던 국산 위스키가 마니아 시장을 지나 산업 투자 대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김창수 위스키, 안동 제2증류소 준공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는 오는 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경북바이오2차 일반산업단지에 제2증류소를 준공한다고 2일 밝혔다. 8260㎡(2500평) 규모로, 기존 경기 김포 증류소보다 생산과 숙성 규모를 10배 이상 키웠다. 김포 증류소에서 만들던 제품이 매번 조기 품절되자 공급 부족을 풀기 위해 안동에 새 증류소를 세운 것이다.
김창수 대표는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을 연 인물로 통한다. 2020년 김포에 첫 증류소를 세운 뒤 2022년 첫 제품을 내놨다. 이후 출시 제품 대부분이 당일 완판되며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 희소성이 커졌다. 수요가 늘었지만 생산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중고 거래 가격이 뛰고, 구매 자체가 어려운 술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안동 제2증류소는 이 같은 병목을 풀기 위한 설비 투자다. 핵심 증류 설비는 김 대표가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독일 양조 설비 업체 카스퍼 슐츠가 제작했다. 증류소가 본격 가동되면 국산 보리를 활용한 싱글몰트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를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입지도 안동을 택했다. 안동은 전통 증류주인 안동소주로 알려진 지역이다. 김창수 위스키는 경북 예천에서 계약 재배한 국산 보리를 위스키 생산에 활용하고, 지역 대학과 함께 양조용 보리 종자 연구도 추진한다. 위스키를 수입 몰트와 해외 제조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한국 원료와 기후에 맞춰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원·골든블루까지 K-위스키 투자전
경기 남양주의 기원위스키도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2020년 설립된 기원위스키 증류소는 한국의 계절과 숙성 환경을 내세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위스키업체 골든블루도 ‘디스틸러리 신라’ 관련 상표를 출원하는 등 국산 위스키 증류소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증류소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위스키 소비층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위스키는 유흥 시장과 선물 수요가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싱글몰트와 독립 병입, 한정판 위스키를 찾는 개인 소비자가 늘었다. 바와 리쿼숍뿐 아니라 백화점, 편의점,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위스키 소비 접점이 넓어졌다. 술을 마시는 방식도 폭탄주 중심에서 하이볼, 니트, 페어링으로 나뉘었다.
국산 위스키가 주목받는 데는 일본과 대만 사례도 영향을 줬다. 일본 위스키는 세계 품평회 수상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이 뛰었고, 대만 카발란도 고온다습한 기후를 숙성 강점으로 바꿨다. 한국 증류소들도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국산 보리와 쌀, 전통 증류주 문화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위스키는 증류 직후 바로 팔 수 있는 술이 아니다. 숙성 기간이 필요해 설비 투자와 재고 부담이 크다. 원액을 충분히 쌓기 전까지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산 원료를 쓰겠다는 계획이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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