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키움 최하위 평가" 그런데 공동 3위라니... 사령탑 "영건들 초반에 꺾이지만 않는다면" [고척 현장]

11 hours ago 2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8일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서 승리 후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아무리 시범경기라지만 야구는 야구다. 시범경기 순위가 정규리그에서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건 역사가 증명했지만 겨우내 흘린 땀의 성과를 확인한다는 측면에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스토브리그에선 핵심 선수를 둘이나 더 잃었다. 2022년 2위를 차지했지만 이듬해 승률 0.411, 지난해엔 0.403으로 더 떨어졌고 올 시즌 전망은 더 어두워보였다.

그렇기에 키움의 시범경기 성적이 더 반전이다. 키움은 유일하게 10차례 예정된 시범경기를 모두 치렀고 6승 3패 1무로 지난해 우승팀 KIA 타이거즈와 함께 당당히 공동 3위를 마크했다.

최하위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주장 송성문은 최근 "제가 전문가였어도 2년 연속 최하위를 했고 빠져나간 선수들이 있어 최하위로 평가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은 그런 평가를 자존심 상해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비시즌부터 열심히 준비를 했다. 모두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마운드에선 확실한 흐름을 읽어볼 수 있었다. 약화된 타선 강화를 위해 투수 대신 외국인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하는 모험을 걸었고 확실한 선발 자원은 케니 로젠버그와 하영민 둘 뿐이었다.


18일 롯데전 선발 등판해 역투하는 정현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박찬호 조카' 김윤하(20)와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19)와 3,4선발로 사실상 낙점됐고 또 다른 신인 윤현(19)과 2년차 전준표(20) 등이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5선발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영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5.16으로 전체 9위에 그쳤던 SSG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이번 시범경기 3.62까지 몰라보게 좋아졌다.

타격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조짐을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해 팀 타율 0.264, 팀 홈런 104개로 두 부문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는데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타율은 0.216으로 꼴찌였지만 홈런은 10경기에서 13개를 터뜨리며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1개 이상의 홈런을 날린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홀로 3개의 홈런을 날리며 전체 1위에 오른 이주형도 돋보였지만 10명의 선수가 골고루 홈런맛을 봤다는 게 더 고무적이었다. 이 중엔 신인 여동욱(2홈런)과 전태현, 2년차 이재상(이상 1홈런)도 있었다. 더구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부상으로 쉬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만들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시범경기의 성과를 돌아봤다. "이번 겨울부터 올 시즌 공격력 향상을 위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장타력에서 여러 선수가 골고루 결과를 내고 있다"며 "투수도 국내 선발이 4명이나 있는데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적응만 잘하고 초반에만 꺾이지 않는다면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8회말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리는 여동욱.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렇다고 지나치게 희망에 부푸는 건 아니다. 홍 감독은 "말 그대로 시범경기이고 실전에 들어가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 있을 것"이라며 "안 좋은 부분에 대해 또 대비를 해놔야 한다. 말씀드렸듯이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고 실전에서 얼마나 페이스를 유지하고 1년 동안 그 퍼포먼스를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도 신인 2명의 활약에 승패가 갈렸다. 앞서 2경기에서 7이닝 동안 무실점 눈부신 호투를 펼쳤던 정현우는 이날 첫 실점을 하긴 했지만 4이닝 동안 72구를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3경기에서 11이닝 동안 볼넷 10개, 탈삼진 10개, ERA 0.82로 괴물같은 피칭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2-2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8회말엔 신인 여동욱이 상대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역전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려 기분 좋은 시범경기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정현우는 신인답지 않게 패기 있고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며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고 있다. 이어 등판한 투수들 역시 무실점으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또 "여동욱의 역전 홈런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상대팀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자신만의 스윙을 가져가는 모습이 좋았다"며 "시범경기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개막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루벤 카디네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