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김하성 조력자’ 최원제 코치가 말하는 ‘타격 지도’ [MK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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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허름한 상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내에 배팅 케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팬들 사이에서 메이저리거 김하성의 조력자로 잘 알려진 최원제 코치가 운영하는 개인 연습장, ‘더 볼파크’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18시즌 이후 방출된 최 코치는 이후 태평양을 건넜다. 타격 이론과 관련해 ‘재야의 달인’으로 알려진 덕 래타 코치를 찾아가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이후 성공한 타격 코치로 변신했다.

최원제 코치는 LA에서 ‘더 볼파크’를 운영중이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최원제 코치는 LA에서 ‘더 볼파크’를 운영중이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현재 더 볼파크에는 여러 명의 어린 선수들이 찾아와 타격을 가다듬고 있다. LA뿐만 아니라 미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세 가지 테스트

최코치는 배팅 케이지를 감상하고 있던 기자를 케이지 뒤편으로 안내했다. 이곳에는 여느 체력 단련실처럼 갖가지 운동 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특히 세 가지 테스트 기구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지면발력(발로 땅을 밀어내는 힘)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다. 하체의 반응을 살펴보고 점프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다.

고관절의 유연성, 근육의 발달 정도를 테스트하는 장비.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고관절의 유연성, 근육의 발달 정도를 테스트하는 장비.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이어 카메라를 설치한 뒤 그 앞으로 여러 선이 그려진 매트가 깔린 장비를 소개했다. 이걸로는 고관절의 유연성, 코어 근육을 비롯한 근육의 발달 정도를 테스트한다.

마지막으로 손잡이가 달린 기구를 소개했다. 이 기구는 스피드, 밸런스, 파워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장비로 측정 대상의 나이대, 종목별로 평균 기록과도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수집돼 있다.

손잡이가 달린 이 기구는 스피드, 파워,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손잡이가 달린 이 기구는 스피드, 파워,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최 코치는 “야구뿐만 아니라 골프 복싱 종합격투기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활용하고 있다. 요즘 미국의 주요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구다. 현재 한국에는 한 대도 들여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본격적인 훈련을 하기전 이같은 장비들을 활용, 선수의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알맞은 훈련을 병행한다는 것이 최 코치의 설명.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고가의 장비에 투자를 해가며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최 코치는 래타 코치에게 들은 조언을 소개해줬다.

“뒤로 물러나서 보라”

“처음에 나는 타격 이론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 코치는 처음 미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이 가르친 타격 이론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가 생기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래타 코치는 “뒤로 물러나서 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더 볼파크의 체력단련실 전경.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볼파크의 체력단련실 전경.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타격 이론을 보기전, 먼저 해당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서 깨달음을 얻은 최 코치는 이후 인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선수도 모르게 몸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를 발견하거나 선수 자신도 모르고 있던 평발 증세를 잡아내기도 했다.

최 코치는 “한국에서 연습하러 온 베테랑 프로선수도 자신이 평발이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고갔다”고 귀띔했다.

더 볼파크의 피칭머신과 피칭머신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야구공.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볼파크의 피칭머신과 피칭머신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야구공.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나는 방향만 알려주는 것”

더 볼파크는 피칭 머신도 특별하다. 구속뿐만 아니라 회전방향과 회전수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런 기계를 통해 타자들이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공도 특별하다. 빠른공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공은 특별히 타격했을 때 부담이 적은 공을 사용하고 있다.

최원제 코치가 타격 영상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최원제 코치가 타격 영상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원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한 결과는 바로 영상 분석이 가능하다. 케이지 옆 TV에 태블릿PC를 연결, 스탠스, 레그킥의 리듬 등 전반적인 타격 자세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놨다.

최근 개인 타격 코치들의 성공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최 코치도 김하성의 성공덕분에 많은 유명세를 탄 것이 사실. 동시에 유튜브 등에는 타격 이론에 대한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

최 코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각자 선수의 몸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영상을 근거로 자신의 타격 이론에 의해 조언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더 볼파크 배팅 케이지 전경.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볼파크 배팅 케이지 전경.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볼파크 벽면에 새겨진 문구.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볼파크 벽면에 새겨진 문구.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야구는 어려운 스포츠이고, 그중에서도 타격은 제일 어려운 활동이다. 타격의 ‘왕도’는 결국 선수 자신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 야구계의 경향은 약간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 유명 야구인들이 유튜브 등에서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에 훈련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써 훈련한 내용을 새로 부임한 학교 감독이 자신의 생각대로 뜯어고치는 모습은 비일비재하다. ‘지도자가 선수를 망친다’는 푸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최 코치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나는 방향만 알려줄 뿐”이라며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말했다. 그는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철학에 따라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모습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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