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일본 나고야 주부 살인사건이 NHK 다큐멘터리 방영을 불과 하루 앞두고 해결됐다.
사건의 핵심 단서는 26년 전 현장에 남아 있던 미세한 혈흔, 그리고 남편의 집념이었다.
● “차분한 성격의 피해자…알고 지낸 인물에 의한 범행 가능성”1999년 11월, 나고야시 니시구의 한 아파트. 주부 타카바 나미코(32)는 자신의 집 안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도난 흔적이 없었고, 피해자의 두 살배기 아들은 다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경찰은 평소 피해자가 낯선 방문객이 오면 베란다에서 먼저 현관을 확인할 만큼 신중한 성격이었던 점을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건 현장의 정황상 ‘묻지마 범죄’보다는 감정적 충돌로 인한 충동적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 “남편의 고교 동창이 범인”…26년간 감춰진 인연
졸업 후 각자 다른 대학에 진학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1998년 동창회에서 약 20년 만에 재회했다. 당시 야스후쿠는 “주부로 살며 일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고, 사토루는 “나도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연락은 완전히 끊겼고, 이듬해 그의 아내가 살해됐다.
● “질투·감정의 폭발 가능성”…자수 후 “매년 괴로웠다”
야스후쿠는 10월 30일 스스로 경찰에 출두했으며, 다음 날 공식 체포됐다. DNA 검사 결과, 현장에서 채취한 혈흔과 야스후쿠의 것이 일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6년간 불안했다. 매년 사건이 발생한 날이면 괴로웠다”고 진술했다.
체포 시점은 공교롭게도 NHK가 해당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 ‘미해결 사건 File.04 - 도망범에게: 유족의 말’을 방영하기 하루 전이었다. NHK는 예정대로 방송을 내보냈으며, 화면 하단에는 “이 사건의 용의자는 10월 31일 체포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시 야스후쿠는 현장으로부터 약 10㎞ 떨어진 곳에 거주했으며, 이후 남편과 같은 미나토구 인근으로 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웃들은 “조용하고 존재감이 희미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 남편의 26년 집념이 부른 기적…“DNA는 진실을 기억한다”
이번 사건의 결정적 열쇠는 피해자 남편의 26년간 이어진 집념이었다.
남편 타카바 사토루(69) 씨는 사건 이후 공소시효 폐지를 목표로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모임(宙の会)’ 대표 간사로 활동하며 일본의 살인 공소시효 제도 폐지 운동을 주도했다. 그의 노력은 2010년 일본이 살인 등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계기가 됐다.
타카바 씨는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하기로 결심하고, 이사한 뒤에도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를 26년 동안 그대로 유지했다. 지금까지 납부한 임대료는 약 2000만 엔(한화 약 1억8600만 원) 에 달한다. 그는 “이번 검거가 미제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26년 만에 용의자가 체포되며, 긴 수사는 마침표를 찍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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