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 캠프 개소식 현장. 부슬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곳은 홍 전 시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참관하려는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1000여 명 넘는 인파가 몰린 탓에 사회자를 향해 '목청을 높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띈 건 홍 전 시장의 지원 사격에 나선 원내·외 인사들이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7명은 물론 상대편에서 섰던 이들 일부도 입장을 바꿔 지지를 선언했다. 정치에선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다고 했던가. 홍 전 시장의 출마 선언식을 찾아 축사를 건넨 이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홍 전 시장의 대선 경선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의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나는 당 대변인을 맡으면서 홍 후보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저격했던 사람"이라며 "홍 후보에 대한 신뢰와 살아온 역정, 그 모든 것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이던) 3년 전만 해도 홍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현역 국회의원은 손에 꼽았다"며 "홍 후보는 더 이상 '독고다이'(혼자)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의원이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은 조배숙 의원은 "당직에 있는 만큼 중립적인 입장"이라면서도 홍 전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30여년 전 변호사로서 개업했던 시절 홍 후보의 옆 방을 썼다"며 "법정에 오가며 함께 인사 나누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원했는데, 이때 상대였던 홍 후보의 초반 지지율은 한 자릿수 대였다"며 "선거 기간 중 홍 후보의 지지율이 엄청나게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 대선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연사들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견제할 유일한 카드로 홍 전 시장을 꼽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제가 이재명 진영에 있을 때 제일 무서운 상대가 홍 후보였다"며 "범법자를 잡아낼 수 있는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야말로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은 이 전 대표의 경기도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직에 올랐다. 이후 이 전 대표의 시장 재임 선거를 돕기 위해 일을 잠시 그만두었다가 재선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직을 맡았다. 그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최측근이 죽어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무자비한 인물"이라며 "꽃게 밥이 되기 싫어서 이 자리에 왔다"고 꼬집었다.
이인제 전 의원은 홍 후보를 구국 영웅인 충무공 이순신에 비유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렸다"며 "홍 후보가 제시한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가 열리느냐, 끝없이 추락해서 암울한 미래가 열리느냐 결정된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