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고 덧입힌 몸 … 형태 지울수록 존재는 선명해져

1 day ago 3
문화 > 전시·공연

깎고 덧입힌 몸 … 형태 지울수록 존재는 선명해져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 … 신종훈·유상우 선정 전시

신종훈의 '이한솔 -07'(2026). 인체 형상 위에 점토를 덧입혀 부피를 늘리거나 형상을 깎아 두께를 줄여 존재의 생동감을 탐구한 작품이다.  김종영미술관

신종훈의 '이한솔 -07'(2026). 인체 형상 위에 점토를 덧입혀 부피를 늘리거나 형상을 깎아 두께를 줄여 존재의 생동감을 탐구한 작품이다. 김종영미술관

몸의 경계를 지워나갈수록 오히려 존재감은 선명해진다. 비자 발급이 막혀 돌아가지 못한 작업실은 푸른 비누 벽으로 다시 세워졌다.

김종영미술관은 창작지원작가전으로 신종훈 개인전 '( )-번져가는 형상들'과 유상우 개인전 '블루 월'을 연다.

신종훈 작가는 인체 조각을 반복적으로 확장하고 축소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추상적 형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선보인다. 작가는 오랫동안 인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했지만, 오히려 형태가 완성되지 않거나 무너져가는 순간 더 강한 생동감이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시장에 놓인 조각들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조각이 일방적으로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관객과 서로 마주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일부 작품은 인체 형상 위에 점토를 반복적으로 덧입혀 눈이 쌓인 듯 둥글게 부풀어 올라 있다. 반대로 형상을 깎아내며 두께를 줄인 작품은 날카로운 형태를 띤다. 가늘어진 형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황소의 머리나 새의 부리를 연상시킨다. 사람의 외형은 점차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남은 부피와 표면은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상우 작가의 설치 작품 '블루 월(푸른 벽)'은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미국 시카고 작업실에 돌아가지 못했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시카고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경계, 상실과 소속의 문제를 탐구했다.

'블루 월'은 푸른색 비누로 덮인 장벽이 사방을 에워싼 구조다. 작가는 장벽 바깥에 시카고 작업실의 창문과 콘센트 등 실제 공간의 흔적을 옮겨놓았다. 전시장에 재현된 작업실은 접근할 수 없는 장소이자 배제의 경험을 상징한다.

작가는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선호받지 못하는 푸른색 비누를 떠올리며 파란 비누로 벽을 칠했다. 또 도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비둘기를 작품에 끌어들여 사회가 배제하는 존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작가는 "시카고 작업실은 내 삶이 뿌리내리고 있던 곳이었지만 비자 발급이 막혔을 때 닿을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고 회상하며 "정화라는 단어의 이면에 있는 폭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관람객은 장벽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대신 곳곳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구조는 마르셀 뒤샹의 유작인 '에탕 도네'를 떠올리게 한다. 뒤샹이 벗은 인체의 신체를 보여줬다면, 유상우 작가는 장벽 안에 버려진 나무와 잡초, 흙더미가 있는 풍경을 제시한다.

인체와 공간을 소재로 한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와 경계의 문제를 제기한다. 형상이 사라질수록 강해지는 존재감, 닿을 수 없을수록 선명해지는 공간의 기억을 통해 오늘날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정유정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