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안전 기준, 부족한 인프라…韓中 플라잉카 격차 확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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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펑 등 中업체, 양산용 UAM 기체 전격 공개
中정부 ‘저고도 경제’ 지원에 상용화 경쟁 본격화
韓은 기업 이탈·투자 위축에 UAM 생태계 '흔들'
운항 데이터·신뢰도 선점 땐 추격 난항 우려

  • 등록 2026-05-04 오전 5:30:04

    수정 2026-05-04 오전 5:30:04

[베이징=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양산에 박차를 가하며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UAM 산업이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문 데다 기업 이탈과 투자 위축까지 겹치면서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된 샤오펑의 UAM 기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UAM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등 항공 기체를 활용해 도심 상공에서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체계를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교통량이 늘고 도심 정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UAM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은 3일(현지시간) 폐막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지상 이동 차량과 드론형 플라잉카를 결합한 ‘모듈형 플라잉카’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지상 주행 차량에 실려 이동하다가 필요할 때 항공기를 분리해 비행하는 방식으로 관광·작업용 수요에 맞춰 실용성을 높였다.

CATL이 전략 투자한 펑페이항공은 5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 V2000EM을 공개했다. 이 기체의 항속거리는 250km, 순항 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한다. 광저우자동차그룹은 2인승 플라잉카 ‘에어캡’을 선보였다. 항속거리는 30km 수준이지만 25분이면 완충할 수 있어 도심 단거리 이동 수요를 겨냥했다.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 홍치도 첫 플라잉카 ‘톈녠 1호’를 공개했다.

이들 모델은 전시용에 그치지 않고 실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샤오펑 관계자는 “중국과 UAE 등에서 7000대 이상의 플라잉카 주문을 받았다”며 “내년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가 연간 생산능력을 1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펑페이항공은 올해 안에 V2000EM의 비행 적합성 인증을 완료하고 광저우차그룹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에어캡 인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이 이처럼 UAM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은 지상 3000m 이하 공역을 활용하는 ‘저고도 경제’를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공역 활용 규제를 완화하고 항공 인증 절차도 상용화 흐름에 맞춰 재정비하면서 기업들이 서비스를 실증·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 주요 UAM 기체 현황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에서도 UAM은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며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적극 뛰어들었지만 최근에는 열기가 빠르게 식으며 여전히 실증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인증과 인프라 구축, 수익 모델 확보가 모두 난항을 겪으면서 투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일례로 2019년부터 UAM 사업에 공을 들였던 한화시스템은 2024년 기체 개발을 잠정 보류했고, 통신·플랫폼 업체들도 사내 UAM 전담 조직을 해체하거나 실증 컨소시엄에서 잇따라 이탈했다. 현대차그룹의 UAM 독립 법인 슈퍼널은 약 380명 규모였던 조직 인력을 최근 80명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UAM은 자동차와 달리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만큼 항공기 수준의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이를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항공청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막대한 자본과 긴 개발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해외 기업만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중국은 자체 인증 체계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펑페이항공의 UAM 기체 'V2000EM' (사진=펑페이항공)

인프라 부족도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UAM이 실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도심 곳곳에 착륙장을 구축하고 운항 통신망, 관제 시스템, 보험, 정비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기반 구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UAM 착륙장 구축은 소음, 조류 충돌, 전력 공급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복합 시설”이라며 “지역사회 공청회와 환경영향 분석 등 절차와 명확한 운영 기준 없이는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사업성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UAM은 초기 기체 개발과 생산 비용이 큰 데다 인프라 투자 부담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안전 규제와 운항 제한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는 배경이다.

UAM 이착륙장 상상도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서는 글로벌 UAM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지면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운항 데이터와 이용자 신뢰를 선점한 기업이 향후 시장 표준과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글로벌 UAM 시장 규모를 약 7조 3900억원으로 추산했으며, 2034년에는 2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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