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가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라운드 18번 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는 김효주. 우들랜즈(미 텍사스주) | AP뉴시스
김효주(30)가 5명 연장 승부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처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5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115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묵어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사이고 마오(일본), 인뤄닝(중국),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린디 덩컨(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18번(파5) 홀에서 5명이 치른 1차 연장에서 파에 그쳐 유일하게 버디를 잡은 사이고에게 챔피언 트로피를 넘겨줬다.
지난 3월 포드 챔피언십에서 통산 7승을 달성했던 김효주는 2014년 에비아 챔피언십 이후 11년 만의 메이저 우승을 놓쳤지만 공동 준우승 상금 46만2966달러(6억6000만 원)를 챙겼다. 올해 3번째 톱10과 함께 CME글로브 포인트 1위에 오르는 의미있는 열매도 수확했다. “이번 주에 피부 알레르기로 힘들었다”며 “연장전에서 패해 아쉽지만 만족스러운 한 주”라고 밝혔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였던 김효주는 3번(파3)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6번(파4)~7번(파3)~8번(파5) 3개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단단한 그린에 까다로운 핀 위치, 여기에 바람까지 적잖이 불었지만 나머지 홀에서 모두 파를 지키며 합계 7언더파로 5명 중 가장 먼저 경기를 끝냈다.
이때부터 ‘18번 홀’ 드라마가 펼쳐졌다.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있던 뒷조 쭈타누깐이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어이없는 샷 실수를 하면서 보기를 적어내고, 같은 조 인뤄닝이 같은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순식간에 3명이 7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뒤이어 챔피언조에 있던 사이고와 덩컨이 18번 홀에서 나란히 1타씩을 줄여 7언더파 대열에 합류하면서 LPGA 투어 메이저 역사상 최다인 5명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사이고 마오가 연장 승부 끝에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이고는 대회 전통에 따라 우승을 한 뒤 호수에 몸을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들랜즈(미 텍사스주) | AP뉴시스
정규라운드에서 쭈타누깐이 터무니없는 보기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면, 연장에선 인뤄닝이 사이고 우승의 도우미 역할을 했다. 유일하게 투온에 성공한 인뤄닝은 이글 퍼트가 길어 스리 퍼트 끝에 파를 적어냈고, 김효주의 버디 퍼트도 홀컵을 외면했다. 결국 그린 뒤 러프에서 친 세컨드 샷을 홀컵 1.5m 거리에 붙인 사이고가 홀로 버디에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던 사이고는 메이저에서 첫 정상에 서며 120만 달러(17억2000만 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넣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첫 메이저 퀸에 도전했던 유해란은 이글 1개,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7개나 범해 4타를 잃고 합계 5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단독 선두로 돌입한 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5번 홀까지 3타를 잃으며 5위로 밀렸던 유해란은 올해도 4라운드 초반 6개 홀에서 보기 4개를 쏟아내며 땅을 쳤다. 2타를 줄인 고진영이 유해란과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하고, 최혜진도 4언더파 공동 9위에 오르면서 한국은 4명의 톱10을 배출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