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5〉AI 컴퓨팅 파워의 국가전략: AI 3대 강국을 향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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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작년 4월에 출범한 'AI전략최고위협의회' 회의에서 정부는 “대한민국을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라는 비전을 거듭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챗GPT로 촉발된 신경망 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AI 경쟁에 불을 붙였고 이제 각국은 AI 컴퓨팅 파워 확보를 국가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역시 지난 2월 “AI 경쟁력이 기업간 경쟁을 넘어 국가 전체 생태계 대결로 전환되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민관 합동 총력전을 선언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AI 전쟁'이 전개되는 양상 속에서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에 대응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예산 지원과 세제 혜택이 쏟아지고 있다..

AI를 선점하는 국가는 경제·안보 면에서 막대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는 2024년 컨설팅 보고서에서 AI의 광범위한 활용을 통해 2026년 기준 최대 310조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AI 컴퓨팅 역량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술의 급진전 이면에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거대 모델을 학습시키는 연산 능력이 자리한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을 훈련하려면 수만개에 이르는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동원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Meta)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각각 15만장가량의 최신 GPU를 보유해 AI 연구에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GPU는 2023년 기준 약 2000장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산 자원 격차가 크다 보니,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은 AI 모델 개발에 애로를 겪어왔다. 연산 인프라가 부족하면 데이터와 알고리즘 역량이 있어도 대규모 실험과 모델 구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컴퓨팅 파워의 열세는 AI 시대의 성장 한계로 작용해 온 셈이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AI 시대의 연산 주권을 확보하고자, 정부는 발 빠르게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전략을 내놓았다. 올 1월 과기정통부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만들어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xaflops)의 연산 능력을 갖춘 초거대 연산 시설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약 2조5000억원(민관 합계)을 투자하고 올해 11월부터 일부 서비스를 시작하여 2027년 본격 상용 운영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이다. 센터 구축은 정부가 51% 지분을 출자하고 민간 기업이 49%를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추진되며, 한국판 뉴딜 금융 등을 통한 자금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다시 말해 국가 주도로 '초거대 AI 팜(farm)' 마련해 연구·산업계에 연산 자원을 공급하는 AI 인프라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2027년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단기 대책으로 올해 안에 우선 1만개 규모의 GPU를 확보해 국가 AI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최첨단 GPU 1만개를 조달함으로써, 국가 AI 컴퓨팅 센터의 초기 서비스 출시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미리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어떤 GPU를 몇 대 도입할지, 예산과 민간 파트너 구성은 조율 중이지만, 오는 9월까지 세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행히도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아, 한국은 엔비디아(NVIDIA) 등 최신 AI 칩을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에 놓여 있다. 이처럼 정부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조치와 중장기 인프라 구축 계획을 병행 추진하는 배경에는 “늦으면 승자가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결국 AI 컴퓨팅 파워의 국가전략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주도할지, 아니면 기술 주권을 잃고 따라가는 처지에 머물지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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