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저가 김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김치 수입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면서 김치 무역에서도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중국산 김치 소비가 증가하면 국내산 소비는 줄고, 동시에 국내산 배추 소비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국 김치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벌이고 있는 ‘김치 전쟁’에서 한국이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분기 김치 수입 금액은 4756만 달러(약 670억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4075만 달러)보다 16.7%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김치 수입 중량은 8097만t(톤)으로 10.1% 증가했다. 높은 환율 탓에 수입 금액 증가율이 중량 증가율보다 높았다. 연간 김치 수입 금액과 중량은 지난해가 역대 최대였다. 그런데 올해 1분기 기록으로 볼 때 올해가 지난해를 뛰어 넘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전년(1억6358만 달러) 대비 16.1% 증가한 1억8986만 달러(약 2670억 원)였다. 김치 수입량은 31만1570t으로 30만 t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28만6545t)보다 8.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액도 1억6357만 달러(약 2300억 원)로 5.1% 늘면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욱 가파르게 늘면서 중국과의 김치 무역에서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특히 지난해 적자는 2269만 달러로 전년(798만 달러)의 거의 3배다. 중국인 노동자가 초대형 배추 더미 속에서 나체로 김치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된 ‘알몸 김치’ 파문이 있었던 2021년에만 반짝 흑자를 거뒀다.
김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원재료인 배추 생산 부진에 따른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 배추는 지난해 가을 고온과 겨울 한파로 생산량이 감소했고, 가을 배추와 고랭지 여름 배추도 이례적인 폭염 때문에 생산이 부진했다.
지난달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가공식품 중 배추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15.6% 올랐으며 김치는 20.7%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서도 지난달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5442원으로 작년보다 24%, 1000원 넘게 올랐다. 배추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일부 업체는 김치 가격을 올리고 있다.
국내산 김치 가격이 오르면서 식당 대부분이 중국산 저가 김치를 선택하고 있다. B2C(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국내 대기업 제품이 잘 팔리지만 일반 식당, 급식장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의 경우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김치는 한국산 김치 가격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10~30% 수준이다. 김치는 2011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고, 2018년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 2019년 관련 규제가 해제됐지만 대기업과 공공기관 및 김치협회 간 자율 협약으로 대기업은 일반 식당 및 대학 급식 시장에서 철수했다. 또 군납 및 중고교 급식 시장 확장도 자제하고 있다. 이 자율 협약은 권고 사항이지만 사실상 의무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