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매출 줄면 일손 놓고 즐겨요…중요한 건 직원과의 신뢰"

1 day ago 6

회사 휴게 공간에 설치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그는 “노래는 에너지를 주는 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바이네르 제공

회사 휴게 공간에 설치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그는 “노래는 에너지를 주는 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바이네르 제공

“고객님 아주 정말 멋있어요.”

김원길 바이네르(Vainer) 대표(65)에게 전화를 걸면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가 직접 부른 곡이다. ‘돈 속에서 만나요’ ‘건강이 최고야’ 등 그가 틈틈이 작사한 여덟 곡이 들어 있다. 지난해 이런 곡들을 모아 음반을 냈다.

그는 “노래가 ‘마음의 여행’이자 에너지를 주는 귀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노래는 그에게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 경영활동과 뗄 수 없는 루틴이다. 요즘엔 노래 경연대회를 진행 중이다. 이름하여 ‘바이네르 김원길 희망가요 대전’. 자신의 음반에 수록된 여덟 곡에 상금 8000만원, 구두 교환권 400장을 걸었다. 전국 바이네르 매장 및 일산 YMCA 등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바이네르 홍보 효과는 덤이다.

요리도 수준급이다. 직원이나 고객을 초대해 산지에서 가져온 식재료로 고양시에 있는 회사 정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다. 노래와 마찬가지로 레포츠와 요리는 그만의 소통 방식이다. 김 대표의 부캐(부가 캐릭터)는 또 있다. 여름이면 지인들과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겨울엔 스노보드를 탄다.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도 있다.

“매출이 떨어질 때면 아예 일손을 놓고 직원들과 레저를 즐깁니다. 회사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신뢰가 더 쌓입니다.”

바이네르는 가벼운 기능성 신발인 컴포트화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이다. 최경주 프로골퍼가 신어 유명해지기도 했다. 한때 매출 500억원을 올렸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간 200억~3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마다 미국, 일본, 유럽의 구두 전시회를 다닌다. 끊임없이 고객의 취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고객은 늘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찾습니다. 사업은 운이 나빠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열심히 하는 기업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망하는 겁니다.”

바이네르는 원래 이탈리아 브랜드다. 1961년 설립된 이탈리아 구두회사 코디바의 창업주 이름이다. 김 대표가 바이네르와 인연을 맺은 건 1993년 밀라노 구두 박람회 때다. 국내 구두회사 케리부룩에서 기능공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 대표는 그 무렵 독립해 구두 제조업체를 차렸다.

마침 고객이 딱딱한 구두가 아니라 편한 신발을 원한다는 걸 간파하고 해외 전시회에서 이런 제품을 수소문하던 중이었다. 밀라노 전시회 때도 사흘간 2000여 개 업체를 뒤졌다. 그때 찾아낸 브랜드가 편안한 기능성 구두를 제작하던 바이네르다.

편안한 기능성 구두를 내놓은 바이네르에 매혹된 김 대표는 삼고초려 끝에 독점 수입권을 따냈다. 이후 바이네르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어려워지자 2011년 협상을 벌여 브랜드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중학교만 겨우 마치고 17세부터 충남 서산에서 양화점을 하는 작은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다.

“어릴 때 너무 가난해 늘 배가 고팠는데 동네잔치를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효도잔치와 모범 장병 해외 연수 지원 등 여러 사회봉사 활동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사 때마다 직접 사회를 보고 자작곡을 부른다. 소년공에서 자수성가한 김 대표에게 사회봉사는 이제 자존심과도 같은 루틴이 됐다. 그는 후배 기업가 10명을 키워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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