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전역에 따라 이를 축하하려는 해외 팬들의 방한이 이어지며 문화·관광 산업에 활기가 돌고 있다. BTS 소속사 하이브가 위치한 서울 용산과 K팝 굿즈 매장이 밀집한 명동 일대 숙박업소, 식당, 카페 등은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매출이 3배 이상 급증하는 곳도 나타났다.
◇ BTS 방문 카페·식당 매출↑…"관광 특수 제대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BTS 팬들은 멤버들이 목격됐다는 식당이나 멤버들의 사진 등이 걸려 있는 카페 등을 일종의 '성지 순례' 코스처럼 찾아 나서고 있다. 전날 기자가 방문한 하이브 사옥 인근에 있는 카페나 편의점 점주들은 "BTS 멤버들의 전역으로 관광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BTS 멤버 정국의 사진을 편의점 외벽에 붙여둔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사진은 3일 전에 붙였는데 본사에서도 매출 잘 나오니 좋아하더라"라며 "평소 하루 매출이 300만원 정도인데 어제만 1200만원정도 나왔다. 계산하는 줄이 너무 길어서 두 사람이 결제해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인근 카페 점주 B씨도 "BTS가 전역하면서 팬들이 카페를 대관해서 전역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매장이 하이브 사옥 근처에 있긴 하지만 BTS가 군대 가 있었을 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손님이 많지 않았다. BTS가 진정한 애국자다"라며 추켜세웠다. 해당 카페에서 만난 브라질에서 온 카밀라(22)씨는 "BTS 멤버 지민의 팬이다. 저녁에는 지민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치킨 수프(삼계탕)를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 'BTS 성지순례 가이드' SNS서 화제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레드노트(옛 샤오홍슈)에는 "아미(ARMY·BTS 팬클럽)가 반드시 들러야 할 서울 BTS 성지순례 가이드"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이날 기준 3000건 넘게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매장 위치 및 방문 후기 등이 상세히 담겼다.
'아미의 서울 여행'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장위엔씨는 "BTS가 연습생 시절 거주했던 숙소를 방문한 뒤, 연습생 때 자주 찾았다는 고깃집에 들렀다"며 "음식이 매우 맛있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고 전했다.
◇ 굿즈 샵 방문객 평소보다 2배 증가…남미 팬들도 상당수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K팝 굿즈 매장이 밀집한 명동 일대 상권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명동역 인근 호텔 직원 C씨는 "이번 주 전 호실 예약이 두세달 전에 마감돼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BTS가 전역했더라"라며 "지금이 여행 성수기이긴 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강조했다.
굿즈 매장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국내외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는 라인프렌즈 스퀘어 명동에서는 BTS와 라인프렌즈의 협업 브랜드 'BT21' 신규 굿즈가 군 전역을 맞아 출시됐다.
매장 관계자는 "BTS 전역 이후 어제와 오늘 이틀간 방문객 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예전에는 중국인, 일본인이 많았다면 지금은 유럽이나 남미에서 오시는 분들이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만난 중국에서 온 웨이웨이(23)씨는 "어제는 점심에 왔는데도 재고가 없었다"며 "오늘은 어제보다는 물건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해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서비스 품질을 중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녀갔다는 이유로 찾은 공간이라도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상품 퀄리티가 떨어지면 재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업계 전반에서 직원 응대, 가격 투명성 등 서비스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