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SNS 4번 올리며 비판
외환위기 후 외국자본 진입해
중신용자 외면구조 고착 지적
'은행은 준공공기관' 강조도
금융권 "관치금융 부활" 우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내 은행들을 '준공공 기관'으로 정의하며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굳어진 외국 자본 중심의 지배구조가 중·저신용자를 소외시키는 구조를 낳았다고 직격했다. 김 실장이 이달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비판 메시지를 4회 쏟아내면서 민간 상장사인 은행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금융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은행은 완전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며 국내 금융사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국내 은행들에 대해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 기관"이라며 "그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의 이행"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현재 은행권의 보신주의와 중·저신용자를 외면하는 구조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받아들인 외국 자본의 성격과 연결했다. 그는 "(한국 금융의) 외국인 지분이 유독 높은 것은 대한민국 은행의 경쟁력이 뛰어나서라고 보기 어렵다"며 "면허와 규제라는 국가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되는 구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압도적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5.74%, 하나금융 68.22%, 신한금융 61.37%, 우리금융 45.89%에 달한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은 "경쟁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예대마진), 낮은 변동성 및 안정적인 배당 등에 대한 선호의 결과"라며 "고신용 구간은 자본이 집중되지만 중간 신용 구간은 점점 기피된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을 꺼리는 글로벌 자본이 국내 금융에 들어오면서 중신용 구간 공급을 기피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로 은행이 점점 더 안전한 구간으로 이동하며 중신용자가 외면을 당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이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왜 민간 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냐"고 했다.
그는 포용금리를 놓고서는 "금리를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위험이 더 정확하게 가격으로 반영되도록, 금융이 더 많은 사람을 제도 안으로 품도록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며 "구조는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 1일부터 이어진 일련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한다. 김 실장은 1일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나"라며 신용평가 체계에 의문을 던진 데 이어 3일에는 "낡은 신용평가 틀"을 언급하며 금융권의 변화를 압박해왔다.
김 실장은 이번 글에 대해 "은행의 팔을 비틀겠다거나 외국인 지분을 강제로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준공공성 프레임이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간섭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과반의 지분을 외국인 등 민간 주주가 보유한 상장 법인에 대해 준공공 기관의 잣대를 대는 것은 주주권 침해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경제 성장 저하로 부실 대출이 늘고 신용 불량자가 양산되는 것"이라며 "신용평가만 재설계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기금을 통한 정책금융을 강화해 공공성을 강화할 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창희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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