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매체 ‘퇴임 후 재판재개 확실할 듯’ 지적에
李, 탄핵-구속 가능성 “꽤 높다” 했다고
앉으나 서나 ‘공소취소’ 집착도 그 때문인가
위헌적 특검-국정사유화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

10일 공개된 기사의 제목은 ‘나라를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놨지만 도전과제는 산적해 있다’. 제목처럼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경제·외교 성과를 균형 있게 소개했다. ‘이 대통령 자신의 앞날 역시 매우 불확실하다’로 시작하는 마지막 문단 역시 염장 지르는 것 같지만 균형감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의 절반 이상이 탄핵, 구속 또는 둘 다를 겪는다’고 적은 다음 ‘이 대통령은 이와 비슷한 것이 자신에게 닥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인정했다’고 썼다.
물론 이 대통령은 재임 중 중단된 5개 재판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기소라고 주장했다고 잡지는 보도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조작 기소’다. 그래서 놀랍고 궁금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불길해서라도 입에 올리지 않을 탄핵과 구속 비슷한 가능성을 이 대통령은 왜 굳이 발설한 걸까.
청와대가 제공한 ‘비공식 번역’에 단초가 보인다. ‘이 대통령도 자신이 이러한 악순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인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악순환의 희생양’이란 말은 인터넷판 기사 원문에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가 배포한 PDF판에는 그 말이 등장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토록 섹시한 언어를 구사했는데 인터넷판과 음성 서비스에선 왜 지금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지 희한한 일이다.역시나 이 대통령에게 ‘방탄철갑’을 입혀줬던 송영길이 “대통령께서 ‘나도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씀하신 대목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했다. 청와대가 이런 ‘송영길 효과’를 기대했다면 성공했다.
이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일 터다. 대통령이 조작 기소, 또는 무죄를 확신한다면 “(탄핵과 구속의) 불행한 대통령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르면 그만이었다. 대통령 불경죄로 걸릴까 겁나지만 ‘XX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도 있다. 앉으나 서나 재판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그토록 공소 취소에 골몰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집착이 산적한 국정과제 처리에 장애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윤석열이 누구 찍어서 당 대표 시키고 (한다고) 엄청 욕을 했는데, (이) 대통령이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라고 옳은 소리 했다가 하루 만에 쫓겨난 당 대변인만 불쌍할 뿐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폭정’으로 공소 취소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부산의 기적’을 이룬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기 사건 공소 취소하면 탄핵에 나설 것”이라고 진작 경고했다. 야권 아니라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도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국이다.무엇보다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소 취소 특검법은 피고인인 이 대통령이 수사 책임자를 임명한다는 점에서 상식을 벗어난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문명사회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뿐 아니라 수사-기소 분리를 천명한 이 정부 검찰개혁을 우습게 만든다. 대북송금 의혹 등 1심 중단 사건들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까지 공소 취소 가능하게 해놨다. 개딸 뺀 다수 국민이 뛰쳐나올 일이다.
특검법안에서 공소 취소 권한을 제외한대도 이해충돌 문제는 여전하다. 민주당에선 탄핵당한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할 때 “헌법상 이해충돌 원칙에 반(反)하는 위헌적 거부권 행사”라는 비난이 나왔다. 마누라도 아닌 대통령 본인 사건에 국가기관을 총동원하는 것은 박근혜 탄핵을 연상케 하는 ‘국정 사유화’다. 야당의 탄핵 발의에 집권당 비명-반명이 합세할 경우, 이 대통령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즐겨 인용하는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책임윤리’만 말한 게 아니다. 유시민의 ‘ABC론’을 비판하며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균형감각 또는 안목(Augenmaß)도 강조했다. 자기 문제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적 평정을 통해 현실이 작동되도록 두는 판단력 또한 정치인의 주요 자질이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정청래 발언이 탄핵 협박이라며 격앙할 게 아니다. “국정기조는 바뀔 게 없다”는 대통령 기자회견에 개딸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격앙하고 있다.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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