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작가 "제주 4·3도 스페인 내전처럼 희생자 추모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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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에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양민 학살에 비해, 미 군정 전복을 시도한 빨치산의 폭력과 잔혹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김석 작가 "제주 4·3도 스페인 내전처럼 희생자 추모에 집중해야"

4·3 사건을 새롭게 해석한 신간 <사십구년유월, 어느 날의 일>을 펴낸 김석 작가(사진)는 1일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소설가 데뷔작인 이번 작품은 출간 한 달 만에 3000부 이상 판매됐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밀리터리 덕후’였다. 세계 각국의 전쟁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전쟁과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식견을 갖추게 됐다.

4·3 사건을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유명 역사 강사의 강연을 접하고서였다.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이 강사가 경찰에게 살해된 희생자를 위주로 소개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겼다”며 “사건의 앞뒤 맥락을 제거하면 역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 4·3을 이해하려면 해방 직후 좌우 진영 간 갈등의 흐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1946년 발생한 대구 10·1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 군정에 대한 시위가 무력 충돌로 번지면서 일부 좌익 세력에 의해 경찰서가 공격받고 무기가 탈취됐다. 그는 “해방 직후 좌우 세력 간 권력 다툼과 폭력의 흐름을 함께 봐야 큰 그림이 보인다”며 “제주 4·3 사건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다섯 명의 청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남로당 계열의 김달삼(이승진)과 이덕구, 서북청년단 소속인 임일·선우정, 그리고 민중을 상징하는 고효순이다. 김달삼·이덕구·임일은 실존 인물이지만 선우정과 고효순은 가상으로 창조된 캐릭터다.

이들 인물은 같은 사건 속에서도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김달삼은 장인 강문석을 활용해 출세의 기회를 모색했고, 이덕구는 충직한 군인으로서 당과 조직을 최우선순위에 놓는다. 선우정은 공산당에 희생된 가족을 위해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서북청년단에 가입한다. 김 작가는 “개개인으로 보면 평범하지만 이념으로 나뉘는 순간 잔혹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은 고효순이다. 제주도민의 아픔을 상징하는 그녀는 선우정이 실수로 터뜨린 폭탄에 맞아 왼쪽 눈과 팔을 잃는다. 이 사건으로 빨치산의 영웅이 됐지만 동시에 경찰의 가족인 덕에 좌우 세력 양쪽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김 작가는 스페인 내전을 예로 들며 4·3 사건의 의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페인은 가해자 처벌보다 국민 통합을 위해 희생자 추모에 무게를 두는 ‘망각협정’을 택했다”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 상황에서 가해자를 색출해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피해자를 추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차기작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비무장지대(DMZ)에서 이어진 충돌을 다룰 계획이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례들을 포함한다. 북한군이 미군 순찰 차량을 기습하는 사건 등 국지적 교전이 반복된 시기로, 당시 한국군 사망자가 300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최진영 기자/사진=이솔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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