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水) 기운이 부족하대서 바다 보러 가려고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국내 첫 '운세 박람회'. 박소영 씨(32)는 박람회 부스에 설치된 무료 오행 진단서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행사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오행에 맞는 팔찌나 소품을 고르거나, 사주 결과를 친구와 공유하는 2030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2030들은 공통으로 "다 믿진 않는다, 하지만 재밌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주·타로·명리학 등 운세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운세는 미래를 예언 받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MBTI처럼 자신의 성향과 상태를 해석하는 '자기 탐색 도구'로 받아들이는 2030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운세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개운을 위한 제품을 구매하는 등 관련 소비도 함께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운세 박람회 첫 개최에도…500여명 오픈런·1만명 이상 '사전신청'
이날 박람회에서 본 운세 문화는 더 이상 은밀하지 않았다. 과거 사주·운세는 개인이 혼자 점집에서 조용히 상담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날 행사장에서는 74개 상담 부스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부스를 둘러보며 대기 명단에 이름을 남기거나 차례를 기다렸다.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안 돼, 상담 예약이 마감한 곳도 나왔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이 열리기 전 500여명이 오픈런을 섰다. 나흘간 진행되는 박람회의 총 사전 예약하자는 1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 같은 인기 배경으로 운세를 부담 없이 소비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30에게 사주·운세는 미신이 아닌 취향 소비에 가까웠다. 이날 상담을 기다리던 홍서연 씨(22)는 "오행 팔찌가 유행하길래 제 부족한 기운을 채우려고 산 적 있다"며 "차면 운이 좋아진다고 하고, 손해 볼 것도 없어서 샀다"고 말했다.
사주 오행을 MBTI처럼 받아들이는 2030도 많았다. 일상 속 자기 탐색 도구, 친구와 공유하는 콘텐츠로 여기는 것이다. 박주연 씨(22)는 "사주를 믿기보다는 MBTI처럼 오행을 확인하고 부족한 기운을 채우는 것 자체가 친구들 사이에서 재밌는 콘텐츠로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전혜진 씨(33)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박람회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운명전쟁도 보고, 온라인이나 인공지능(AI)으로도 사주를 보기도 해서 예전보다는 쉽고 편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4050대 아저씨도 변했다"…운세 소비 방식 달라져
역술가들 또한 운세 소비 방식의 변화를 체감했다. 이날 사주 부스를 운영한 활동명 '섭이' 김윤섭 씨(35)는 "유튜브 콘텐츠 같은 경우도 조회수가 많은 걸 보면 예전과 다르다"라며 "중년 남성의 경우 사주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는 재미로 보시는 경우도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사주를 고민상담의 용도로 오시는 분들도 많다. 질문 자체도 미래 자체가 궁금한 것도 있겠지만, 주로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이 많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운세'의 지난 4월 29일부터 이달 29일까지 긍정 언급량은 71%에 달했다. 연관어 또한 '좋다', '고민', '도움' 등이 다수 집계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운세 관련 언급량도 전년 동기 대비 43.07% 늘었다.
업계에서는 사주·운세가 2030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운세 박람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2030이 고민은 많은데 토로할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온라인 사주·앱이 활성화되고 시장이 커진 것 같다"며 "사주는 미신이라는 선입견보다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고민을 토로하고, 자신을 탐색하는 또 다른 도구라는 인식이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해석 도구로 활용되는 운세…"하나의 취향 표현"
전문가는 과거 사주·운세가 사적인 영역에서 주로 소비됐다면, 최근 자기 해석 도구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결과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은 어떤 앱을 사용할지, 어떤 역술가를 찾아갈지 등 어떤 콘텐츠 유형을 소비하는가에 더 초점화되어 있다"며 "어떤 커피를 마시고, MBTI에 관해서 얘기하듯이 일상 콘텐츠로서 하나의 취향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인간관계, 진로 고민 등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 자신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감정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감지된다"며 "최근 소비 방식을 보면 운세를 보러 간다기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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