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와 꽃다발을 받으며 의총장에 들어선 김 후보는 발언을 시작하며 머리 위로 손 하트를 그렸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무소속 후보를 우리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섰고, 김 후보 역시 권선동 원내대표 등의 만류에도 곧바로 의총장을 떠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김 후보를 잡기 위해 ‘육탄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 金 “단일화 더 이상 언급 안할 것”국민의힘은 이날 김 후보가 오전 11시 열리는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예고됐던 시간에도 의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이 “대선 후보가 갑질한다”는 등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김 후보는 국민의힘이 2차례 의총을 연기한 끝에 낮 12시경 의총장에 도착했다.
의총에 앞서 당 지도부인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 중앙로비인 로텐더홀에 나와 김 후보를 맞이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전날 김 후보에게 ‘알량한 대선후보’ ‘한심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 숙이기도 했다.김 후보는 의총 발언을 시작하며 “국민의힘의 존경하는 국회의원님 여러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김 후보가 곧바로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말하자 의총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김 후보는 “이 시도는 불법적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반민주적 행위다.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저 김문수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과의 여론조사에서 여러차례 승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이재명을 이겨본 적 있느냐. 경쟁력 조사에서 저와 한 전 총리는 거의 차이 나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문수를 믿어달라”며 “전당대회 당선 이후 당력을 곧바로 모았다면 오늘날의 지지율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만 박수를 쳤다.
김 후보의 의총 발언은 사실상 한 전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선출 이후 즉각 단일화를 강조했던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일방적인 단일화 일정을 압박한다고 반발해왔다. 이에 8일엔 14일 방송토론, 15, 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일정을 한 전 총리 측에 제시했다.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이 11일 이전까지 단일화하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이를 거부하자 김 후보가 “단일화 방안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의원들 고성, 제지에도 자리 박차고 나간 金 후보
김 후보가 자리를 뜨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정재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잘못된 것이라면 TV토론할 때 정직하게 밝혔어야 한다”며 “(김 후보가) 비난만 퍼붓고 가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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