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 檢 “도이치사건 재수사”

10 hours ago 2

중앙지검 불기소에 고검 직접 수사
디올백 수수 무혐의 항고는 기각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지 190일 만이다.

서울고검은 18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전주(錢主) 손모 씨 등 피고인 9명이 모두 이달 3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권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이, 손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재수사는 서울고검 형사부가 직접 맡을 예정이다.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수사를 지휘한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김 여사 수사도 맡게 된 셈이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1, 2차 주포(주가 조작을 지휘하는 사람) 등 관련자들을 먼저 조사한 다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일반 투자자’로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가 시세 조종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관련자들이 “김 여사는 시세 조종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이제 대통령 부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김 여사에 대한 진술을 번복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투자를 통해 각각 13억9000만 원과 9억 원 등 총 23억 원 상당의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檢 ‘유죄 확정 도이치 공범, 尹파면 후 진술 바꿀수도’ 판단한듯

[檢,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
불기소 6개월만에 재수사
권오수 등 그동안 재판 이유 비협조… 유죄 확정된데다 金지위 달라져
“金공모 사실없다” 증언 뒤집힐수도… ‘공모’ 취지 진술땐 수사 전방위 확대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일당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점,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관계자들 진술이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공모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올 경우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과 함께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檢, ‘관계자 진술 번복 가능성’ 고려

서울고검은 25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간 통정매매 등의 방법을 통해 임의로 주가를 부양시키려 했던 사건이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다. 재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0월 17일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달 3일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 수사 당시 권 전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가담자들이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형이 확정된 현시점에 다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예컨대 주가조작 2차 주포(주가조작을 지휘하는 사람) 김모 씨가 김 여사 등을 ‘BP(주가조작 공범의 회사인 블랙펄인베스트) 패밀리’라고 진술했던 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편지에 적었던 점 등 김 여사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뒷받침할 새로운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에선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일당이 매도를 요청한 이후 7초 만에 김 여사 주식 매도 주문이 나온 것도 쟁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2차 주포 김 씨는 “해당 물량이 김 여사 계좌에서 나온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수사 결과 브리핑 당시 “(현재로서는) 권 전 회장 등이 시세 조종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수사팀은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누군가가 (나중에) 말을 바꾼다면 어쩔 수 없다. 그때 가서 그 진실이 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김 여사, 대통령 부인 신분 잃어 변수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적 환경이 달라진 점 역시 재수사 결정 요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 신분을 잃은 만큼 권 전 회장 등이 처음과 다르게 진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에게 도이치 주식을 매수하라고 한 사실이 없고, 시세 조종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 등 김 여사에게 유리하게 증언해왔다.

법조계 안팎의 ‘검찰 수사 미진론’이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도 “(중앙지검이 김 여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지휘·감독하였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모터스 재수사는 서울고검 형사부가 직접 맡는다. 앞서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했다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그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등이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지휘부를 탄핵소추했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서울고검이 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다시 맡기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전방위 수사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지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공천 개입 의혹으로 김 여사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통일교 세계본부장 A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정황 등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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