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를 땐 팔지 말라더니…국민연금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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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손익 논란에 가려진 중장기 자산배분의 과제소모적 숫자 공방을 넘어 흔들림 없는 원칙을 세울 때눈앞의 주가지수에 휘둘려선 국민노후자금의 미래가 없다 등록 2026-10-20 오후 4:23:02 수정 2026-10-20 오후 4:23:02 가 가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왜 고점에서 팔지 않았나” 지수가 꺾이자마자 국민연금을 겨냥한 뒤늦은 질타가 쏟아진다. 수백조 원의 평가이익에 환호하던 시장은 어느새 ‘240조 원 증발’이라는 허구와 공포가 뒤섞인 프레임을 씌우며 운용 실패론을 부각하고 있다. 올해 단행된 리밸런싱 유예와 목표 비중 상향 조치가 타당했는지는 재점검이 필요한 사안이나, 주가가 올랐을 때 침묵하다가 떨어지니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몰아세우는 식의 평가는 본질을 흐린다. 국민연금에 요구되는 역량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추는 ‘단타 고수’가 아니다. 단기적 충격과 외부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켜내는 것이 국민연금의 역할이다.자산가치 하락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이를 곧바로 운용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다. 최근 논란이 된 수백조원대 감소액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적립금은 지난 7월 한 달간 181조4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적립금 증감에는 국내외 주식·채권 등 자산가격과 환율 변동, 보험료 유입과 연금 지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민간 추정치인 182조원은 이와 다른 숫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민연금의 지분 5% 이상 보유 사실이 공시된 상장사 287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국민연금 보유주식의 평가액이 6월 말부터 10월 15일까지 182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 전체가 줄어든 금액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의 추정 평가액 감소분이다. 주가 변동뿐 아니라 보유 지분의 증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계 기간과 대상이 다른 두 숫자를 혼용하거나, 일부 보유주식의 평가액 감소를 전체 기금의 운용손실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통계의 의미를 잘못 읽은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단기 변동에 따라 국민연금을 재단하는 잣대 자체가 흔들리는 경향이 생겼다는 점이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불어난 평가이익을 운용 전반의 성과로 포장하고, 반대로 하락세가 찾아오면 즉각 책임을 추궁한다. 상승장이 만들어낸 자산가치 폭등을 전적으로 운용 역량으로 볼 수 없듯, 하락장의 평가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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