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올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법인카드 발급 신청을 축소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1만1천627장으로, 지난해 12월(1만1649장)보다 22장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8년 5월 12장 감소 이후 약 7년 만의 첫 감소다.
1월 기준 감소로는 신용카드 대란 대인 2004년 1월 120장 감소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월의 감소 폭 자체가 크지 않았지만, 법인 신용카드 발급이 금융위기 등 특수 상황이 아니면 매월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같은 달 개인 신용카드 발급이 12만2013장으로 전월보다 249장 늘어 지난 2016년 4월 이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반응이다.
'법인카드' 또는 '법카'로 불리는 법인 신용카드는 통상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법인 명의로 발급된다. 법인카드 발급이 주춤해진 건, 기업들이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해 비용 절감에 나선 이유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유효 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 증감을 넘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이 기존 카드 갱신이나 신규 카드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p) 하락한 85.9였다 이는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시기는 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 심리 전반이 추락한 데다 미국 신정부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된 시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 국내 5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1940건이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법인카드 이용금액도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 1월 총 이용금액은 17조541억원으로 전월 19조647억원보다 2조원 넘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내수 침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인카드 이용금액 정체 혹은 감소가 내수 회복 시점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