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36·FC서울)에게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배들이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허위 입장문을 배포해 피해를 보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부장판사 해덕진·김동현·김연화)는 10일 A씨와 B씨가 당시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송상엽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1심 역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었다.
A씨와 B씨 측은 지난 2021년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 선수 2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선배 선수 중 1명이 기성용으로 특정됐다.
기성용은 폭로가 나온 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며 "축구 인생을 걸고 말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A·B 씨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후배 2명이 주장한 성폭행 행위에 대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성용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이후 A·B 씨는 C 변호사가 낸 입장문에 문제를 삼았다. C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그렇게 공익을 위한다는 피의자는 기성용에 대한 조사 후 두 달이 다 돼가도록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공익을 위해' 성폭력을 폭로하는 큰 결심을 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는 여전히 얼굴은 가리고 목소리를 변조하고 있다"고 했다.
A·B 씨는 두 표현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거나 공연한 모욕"이라면서 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민사 소송 재판 과정에서 "입장문에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모욕했으므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하는 것은 법률대리인으로서 필요한 범위 내의 업무라고 판단했다. 기성용이 조사를 받은 지 약 2개월이 지나서야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고의로 조사를 최대한 미뤘다'는 주장이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기성용의 입장은 자신이 원고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적이 없고 원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바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는 표현은 다소 자극적이긴 하지만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