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행 지원 사업, 쿠폰에서 소득공제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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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코어 이종훈 대표]관광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생활이다. 책을 사고 영화를 보고 헬스장에 등록하면 소득공제를 받는다. 그러나 주말 근교여행이나 소도시 체류처럼 이미 일상화된 관광에는 혜택이 없다.

이종훈 스페셜코어 대표

정부는 숙박세일페스타와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을 통해 국내여행을 장려한다. 숙박세일페스타는 비수도권 숙박에 3만 원, 지자체 특별편까지 합치면 최대 5만 원까지 할인한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은 근로자·기업·정부가 분담해 1인당 40만 원을 ‘휴가샵’에서 쓰도록 한다. 두 정책 모두 국내여행을 권장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돕는다. 하지만 일시적 쿠폰 지원에 머물러 관광을 제도권 생활지출로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이미 헬스장과 수영장까지 확대됐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이용료의 30%를 연 300만 원 한도에서 공제받는다. 그러나 관광소비는 여전히 제외돼 있다. 이제 관광을 문화·체육처럼 생활지출로 편입해야 한다. 근교여행이나 인구감소 위기지역 체류 같은 생활관광을 활성화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관광소비 소득공제는 단순하게 시작할 수 있다. 국내 숙박, 유료 관광지 입장, 지역 교통, 공공·DMO 인증 상품부터 적용하면 된다. 모든 식당을 포함하기 어렵다면 공공이 지정한 관광식당만 우선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비수기·주중에는 가중치를 두고, 재난·침체 지역에는 특별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문화비 소득공제에서 이미 한도와 소득 요건이 정비돼 있어 제도적 근거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관광을 ‘특별한 소비’가 아닌 ‘생활소비’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다.

관광정책은 단순한 세제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금 관광산업은 이미 AI를 활용한 AX(에이아이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제도와 업계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은 본래 데이터 축적과 정책 개선을 목표로 했으나 일부 지역은 음악분수와 경관조명 설치로 끝났다. 보여주기식 사업의 한계다.

관광소비 공제 데이터를 결합하면 체류일수, 재방문율, 지역 매출 같은 지표를 실시간 공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성수기 분산, 혼잡 관리, 맞춤형 추천 같은 분석이 가능해진다. 로드맵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1년 차에는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주중·비수기 숙박·교통에 한정해 시범 적용하고, 2년 차에는 광역권과 OTA 결제를 연계한다. 이후 성과를 검증해 조세특례제한법 별표에 ‘국내관광 지출 공제’를 신설, 상시제로 전환해야 한다.

결제 자료는 가명처리 후 이동·OTA 데이터와 결합하면 된다. 카드매출 순증, 체류일수, 재방문율 같은 KPI를 분기별로 공개해 정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한국관광데이터랩을 통해 시각화할 수 있고, Tour API로 민간기업에 개방해 산업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

관광은 쿠폰으로 달리다 멈추는 내수가 아니다. 문화·체육처럼 제도에 편입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국내관광은 성장하고 지역경제는 살아난다. 무엇보다 공제를 통해 축적된 행동데이터는 다음 정책의 근거가 된다. 지금이야말로 관광을 ‘일상의 지출’로 인정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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