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전환 골든타임, 전력감독원 설립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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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호 광운대 전자정보공과대학 교수 기고
재생에너지 전환 시급하지만 기존 전력시스템 감당 어려워
독립성·전문성 갖춘 규제기관이 전력산업 100년 설계해야

  • 등록 2026-04-20 오전 5:00:00

    수정 2026-04-20 오전 5:00:00

[송승호 광운대 전자정보공과대학 교수]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시급한 필수 과제가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수만 개에 이르면서 소수의 화력발전 사업자와 독점적 전력망 사업자 정도만 고려했던 기존 전력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전력망이 부족해서 신규 발전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햇빛과 바람은 있으나 전력 계통이 부족해 발전설비 확충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신규 전력망 투자에 대한 책임이 있는 독점적 전력망 사업자가 적기에 이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신규 건설 속도가 송·변전 설비 건설 속도보다 빠르다는 한계도 있지만 장기 전력수급 계획과 정합을 이뤄야 할 해상풍력 발전 역시 전력망 부재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채 건설 비용만 늘리고 있다. 전력공급 단계에서 병목이 생기다 보니 대규모 전력 부하 소비자, 특히 반도체나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규 설비도 입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수만 개의 발전설비들이 기술적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운전되고 있다. 전력 당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출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규정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때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반칙’에 대해 그때그때 미봉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기요금의 상황도 답답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중동 전쟁에 따라 원유·가스 가격이 폭등했지만 전기 사용자들은 그 충격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지나가는 중이다. 이는 수십조원 규모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적자와 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미래 세대에게 부담으로 남겨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와 독립된 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선거 때마다 출렁인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닌 전력감독원 설립이 시급하다. 독립적 규제 기관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구현해 발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전력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소비자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야 한다.

또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전력감독원은 사업자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신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전력망 운영자를 감시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심판자 역할도 해야 한다. 명확하고 공정한 규정을 마련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선 강력히 제재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진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스스로 선수와 심판의 역할을 병행했고 정부가 내리는 정책적 결정들을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수만, 수십만으로 늘어난 시장 플레이어가 공정한 운동장에서 규칙을 준수하며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중동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인 선택이고 이를 위한 전력감독원 설립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는 복잡해지는 전력망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새 전력시장 감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전력산업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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