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IP 공시, 주주·투자자 관점에서 설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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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지식재산처가 '지식재산(IP)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정부가 기업 IP 정보 공시를 위한 작성 지침을 직접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기업가치 상당 부분이 기술과 브랜드, 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에서 나오는데도 우리 공시는 여전히 공장과 토지, 설비 중심에 머물러 있었다. 반가워야 할 소식이다. 그러나 IP·무형자산 공시제 도입을 주장해 온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읽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무엇을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 기준도, 공시 내용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장치도 빠져 있어서다. 자율공시로 시작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기준도 검증도 없는 자율공시가 문제다. 이대로라면 공시제 도입 근거를 쌓기는커녕 오히려 허물 수 있다. 첫째,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 없다. 가이드라인은 공시 정보를 기본정보, 가치연계정보, 전략정보로 나눈다. 그러면서 이 구조는 “반드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기업이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참고 틀”이라고 못박는다. IP 정보는 “모든 기업이 동일하게 제공하는 정보라기보다” 기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정보”라고도 한다. 가치연계정보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 어려우면 '전체 매출의 과반 이상' 같은 범위 표현을 쓰거나 항목을 생략해도 된다고 안내한다. 가장 기초적인 특허 보유 건수조차 집계가 어려우면 '다수 보유 중'이라고 써도 무방하다고 한다. 업종별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투자자가 기업을 비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 항목까지 선택사항으로 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마다 고른 항목과 표현이 다르면 투자자는 비교할 수 없고, 좋은 정보만 골라내 놓는 선택적 공시도 막을 수 없다. 둘째, 투자자 보호 관점이 약하다. 공시제도는 본래 기업이 알리고 싶은 것보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을 알리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은 IP 공시 목적을 '투자 유치·기업가치 제고·신뢰 구축을 위한 객관적 정보 제공'으로 정의하고, 첫 번째 효과로 '투자 유치 및 자금조달 강화'를 꼽는다. '바로 쓸 수 있는 문구 예시'라는 이름으로 실린 문장도 대부분 빈칸 채우기식이다. '당사는 '기술·제품 분야'에서 축적한 독자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식이다. 소송 중인 기업에는 '당사 사업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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