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기자요즘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미국 중간선거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부터 배터리 생산세액공제까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벌써 전망이 오간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미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최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와 실적 회복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자국 기업의 안방이고, 유럽에서도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기대를 걸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미국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가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 와서 첨단산업 공장을 짓고 제품을 많이 생산할수록 혜택을 확실하게 주는 것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회복을 정작 미국 정부가 뒷받침하는 셈이다. 미국은 세액공제를 현금화할 길까지 열어놓고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배터리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 체감할 만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가 지원 대상에서 빠진 점도 아쉽다. 미국과 비교하면 정책 추진 속도와 지원 내용 모두에서 뒤처지고 있다.
배터리는 한국이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일궈낸 산업이다. 제조 역량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까지 갖췄다. 로봇, 드론, 선박 등 배터리가 필요한 산업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업도 연구개발과 원가 절감, 인공지능(AI) 기반 제조 혁신에 더 속도를 내야 하지만,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한 산업을 기업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국내 기업은 이미 내년과 내후년 투자 계획을 짜고 있다. 정부도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시행 방안과 지원 규모, 보완책 등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을 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어렵게 키워낸 배터리 산업이다. 이 정도의 산업 기반을 갖고도 투자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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