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용 철선의 원자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가 유통사와의 갈등 끝에 공장 문을 봉쇄당하자 철선업계와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철선 제조업체는 원자재를 받지 못해 기계를 멈춰 세웠고, 납품이 끊긴 건설 공사 현장은 다급하게 중국산 제품을 알아보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에 있는 연강선재 제조업체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 10일부터 제품을 일절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제품 유통을 전담하는 코스틸이 지난 10일부터 공장 출입구를 틀어막아서다.
연강선재는 탄소 함유량이 0.22% 이하인 저탄소강으로 만드는 철강 소재다. 현재 국내에 연강선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제이스코홀딩스 한 곳뿐이다. 철선업체들은 이 회사에서 사들인 연강선재를 결속선과 철못, 강섬유 등으로 재가공한다. 결속선은 철근과 철근을 묶는 데 사용하는 필수 자재고, 철못은 레미콘 거푸집이나 구조물을 고정하는 데 쓰인다. 강섬유는 콘크리트의 균열을 줄이고 강도를 높이는 데 사용한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공장 ‘셧다운’ 위기에 내몰린 철선업체들은 중국산 연강선재로 급히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를 들여오기까지 시간이 걸릴뿐더러 품질 문제도 걸림돌이다. 중국산 연강선재는 가공 과정에서 선이 쉽게 끊어지는 단선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불량률이 높아지면 제조원가도 상승하고, 가공 설비도 마모된다. 일부 건설 현장에선 중국산 결속선과 강섬유 등 완제품을 사들이는 상황. 하지만 국산 결속선 한 가닥이면 충분한 작업에 중국산 두 가닥을 써야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엔 철선 공급망의 취약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틸은 과거 제이스코홀딩스와 함께 국내 연강선재 생산을 양분하던 제조사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생산을 포기하고 결국 유통사로 전환했다. 국내 연강선재 생산이 제이스코홀딩스 한 곳에 집중된 이유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코스틸의 공급망을 활용하기 위해 유통 계약을 맺었다. 다만 회생 기업이란 점을 고려해 코스틸이 먼저 선급금을 주면 이에 맞춰 제품을 생산·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코스틸은 선급금 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이스코홀딩스의 재고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문제는 올해 3월 제이스코홀딩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니켈 광산 투자 사업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사엽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제이스코홀딩스는 원자재를 구매해야 한다며 추가 선급금을 요구했지만, 코스틸은 잔액이 충분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제이스코홀딩스가 “재고를 직접 판매해 남은 선급금을 돌려주고 유통도 자체적으로 하겠다”고 나섰고 코스틸은 “담보로 확보한 재고가 사실상 유일한 채권 회수 수단”이라며 공장 출입을 막았다.
철선업계에선 포스코가 직접 연강선재 생산에 나서는 등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공급망이 사실상 한 기업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언제든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이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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