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김형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여당과 학계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 거시건전성 안정을 도모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법정기구로 설치해 거지선전성 정책체계를 갖추자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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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수빈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대토론회’에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제언’을 통해 “현행 금융감독 체계하에서 금융시장 발전, 금융안정성 관리, 소비자보호 등 모든 부문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방식은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집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설치,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지도·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금융위의 국내 금융산업정책 업무는 재정경제부(가칭)로 이관하고 증권선물위원회를 격상해 자본시장감독원도 신설하자고 했다.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도 제안했다.
또 ‘금융안정협의회’ 신설을 통한 거시건전성 기능을 강화하자고 했다. 기재부·한국은행·금감원·금감위·예금보험공사가 참여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법제화해 경제·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공조와 금융안정에 기반을 둔 가계대출 관리의 효율성,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김 교수는 이 기구를 통해 가계부채, 코로나 등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지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등의 시스템 리스크 관련 이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하자고 했다.
이재명 정부 초기의 경제 정책 방향을 설계할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에 참여하는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금융위는 감독 집행의 이중 구조로 일이 엄청 늦어진다”며 금융감독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던 김 교수는 “국민 100%가 금융소비자다. 그러나 (금감원 소속인) 보호처로 있을 때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호원으로 분리하고 제대로 된 검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금융 집중에 대한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부동산 금융 발제를 맡은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산 금융 집중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근 10년간(2014~2024년) 연평균 부동산 금융 증가액이 2013년 대비 2.3배(100조 5000억원) 확대했다며 “최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 미만으로 떨어진 이유다. 부동산 금융 확대로 소비 위축 현상도 나타났고 기술·신용 기반 금융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혁신 성장을 저해하는 부동산금융 집중 문제의 해법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DSR 1·2단계 시행 후 비은행 대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는 은행권에서도 무리한 대출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내달 시행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수도권 대출 시 가산금리를 기존 1.2%에서 1.5%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이 교수는 DSR 규제 대상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 교수는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축소해야 한다”며 “다만 이러한 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본 기반 규제도 필요하다.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 취급 유인을 억제하고 생산적인 기업대출 취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상향하는 등 미시적인 조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은행권 내부모형을 이용해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할 때 하한을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심화하는 지방소멸과 그에 동반되는 지역 금융기관 경쟁력 약화 문제에 대한 제언도 이뤄졌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은 지역민의 충성도에 근거해 핵심예금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췄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충성도도 약화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지방경제 활성화에는 지역 금융기관의 자금지원도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은 수도권 진출 규제 완화보다는 소재 지역 영업 확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금융감독상 인센티브를 제공, 지역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정부보증확대나 시 금고 선정 평가 시 가점 부여, 지역 가계대출에 대한 감독정책상 우대(수도권 주담대 위험가중치의 상향조정 등), 공공기관·대학 주거래은행 선정 시 지방은행 우대 방안 고려, 지역활성화 펀드와의 연계 확대 등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지역금융의 약화는 단지 금융 문제를 넘어서 지역 균형발전의 문제다”며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금융체계하에서 지역금융기관이 지속 가능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보호, 기술적 지원, 제도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